본질적으로 이 절망은 이스라엘이 직면한 두 가지 실존적 문제—팔레스타인과의 갈등, 그리고 내부 사회정치적 분열—가 해결되지도, 해결을 향해 나아가지도 않는다는 광범위한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I. 팔레스타인 문제

갈등이 초래하는 즉각적 인적 피해를 넘어, 수백만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실질적인 미래, 정치적 권리, 혹은 국민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그들을 포용하거나 지속 가능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할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국가도 미래 전망도 없이 지속 불가능한 현상 유지 속에 갇혀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태어나고—무슬림 세계 지배에 대한 열망을 포함한 세계적 이슬람 이데올로기 흐름에 의해—형성되는  팔레스타인인은 잠재적 테러리스트입니다. 따라서 테러리즘을 근절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한 민족 전체를 제압하려는 시도와 다름없게 되며, 역사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함은 일관되게 증명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무너뜨릴 수 있지만, 한 민족의 집단적 정신과 정체성은 지속됩니다.

II. 내부 문제

불안정의 두 번째 축은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깊은 분열에서 비롯됩니다. 정통파 유대인들의 상당수는 군 복무를 하지 않으며 국가의 경제 생산에도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은 토라(경전)와 관련 문헌에 대한 종교적 연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경제를 떠받치고 군사적 희생을 감당하는 자유주의·세속 유대인들 사이에 불만을 키웠습니다.

자유주의 이스라엘인들은 종종 정통파를 기생적 존재라고 인식합니다. 반대로 정통파는 자유주의자들을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하는 유대 전통을 배신한 자로 여깁니다. 그들은 비(非)코셔 음식 섭취(율법에 금지된 음식 섭취), 안식일 운전 등 종교 규범을 무시하는 행태를 비판합니다. 정통파 공동체 내부의 많은 이들은 이스라엘 국가 자체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상황은 메시아주의 유대 집단(messianic Jewish groups)‘에 의해 더 복잡해집니다. 이 집단은 예수를 믿는 ‘메시아닉 유대인’ Messianic Jews)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아 대망(구속·종말) 신학을 민족·영토 정치에 결합한 종교-민족주의 진영(시온주의자)를 말합니다. 이들의 행위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킵니다. 이 집단은 특히 텔아비브의 자유주의자들이 시온주의 비전과 유대 민족의 고향을 세우라는 신적 명령을 버렸다고 비난합니다. 반대로 많은 자유주의자들은 메시아주의 유대인들을 파시스트적이라고 여기며, 그들이 동질적 유대 국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폭력을 조장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세 집단—자유주의자, 정통파 유대인, 메시아주의 유대인—상호 존중의 부재와 갈등은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정통파를 향한 적대감이 두드러집니다. 최근  경찰이 정통파 유대인들을 강제로 구타하고 끌어내는 장면을 TV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면이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다면, 곧바로 반유대주의로 규정되었을 것입니다.

III. 전쟁 속에 일상이 유지되는 이유

일상이 영향 받지 않은 듯 보이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역사적 패턴이 있습니다. 2천 년 동안 유대인들은 감당할 수 없는 문제와 정면으로 충돌하기보다 적응하고, 일상의 루틴을 유지함으로써 생존해 왔습니다. 상황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악화될 때의 일반적 대응은 이주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스라엘은 그런 출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땅에 대한 깊은 정서적·역사적 유대가 떠남의 선택지를 제한합니다. 그 결과, 국가적 절망이 커지는 와중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다만 이스라엘인들은 점진적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다가오는 선거가 베냐민 네타냐후(비비) 총리의 패배로 이어져 더 효율적인 정부가 들어서길 기대합니다. 회의적입니다. 야권은 분열되어 있고, 앞서 기술한 근본적 도전을 해결할 일관된 비전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의미 있는 개선은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더구나 국제적 압력이 두 국가 해법을 강제한다면, 결과는 더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팔레스틴의 권력이 하마스 또는 다른 무장 조직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 관리 체제는 기껏해야 일시적이고 취약한 장치일 뿐입니다. 하마스를 해결하는 길은 팔레스틴에서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없애 주어야 합니다.

IV. 해법을 향하여—하나의 꿈

유대 민족은 2천 년에 걸친 박해, 이단 심문,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역사적으로 트라우마를 입었습니다. 트라우마는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 속에 사는 대중은 문제 해결의 일차적 수단으로 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 역시 지속적 추방과 영토 잠식으로 인해 두려움에 의해 지배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대응 또한 힘의 사용이었습니다. 양측이 모두 두려움에서 행동하고 힘에 의존할 때, 두려움은 양쪽에서 증폭되고, 악순환은 고조됩니다. 이러한 악순회이 어디로 이어질지 깊이 우려합니다. 특히 이스라엘의 핵 능력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지속 가능한 해법은 문화적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두려움에서 신뢰로, 상호 의심에서 상호 의존으로. 이스라엘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구축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영토 확장을 멈추고, 공동의 경제 프로젝트를 장려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실행 가능한 미래를 세우도록 도와야 합니다. 사람들이 잃을 것이 있을 때, 테러는 덜 매력적이 됩니다. 현재의 환경에서는 많은 팔레스타인들이 죽음 속에서 잃을 것이 거의 없고, 오히려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약속하는 천상의 보상 때문에 얻을 것이 많다고 생각하게 하는 한 이 갈등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소망이 보입니다. 실제 이스라엘(유대인)들 가운데 예수를 믿는 ‘메시아닉 유대인’(Messianic Jews)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보다  무슬림 배경을 가진 그리스도인(MBB:Muslim-background Christian)과  무슬림 가운데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Isa al-Masih)  팔레스틴인들의 수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유대인 중에 예수 믿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과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무슬림 가운데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거리가 먼 이단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혹은 ‘유대인’이란 단어가 주는 문화적 친밀성 때문입니다. “베드로가 입을 열어 말하되 내가 참으로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시고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 (행10:34-35)라는 베드로의 회심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