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분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서 책을 쓰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선교에 관심 있는 교회들이 목회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선교에 참여할 수 있는지 쓰고 있다.

불임수술을 원하는 한 남자가 목사에게 자문을 구하자 한두 가지 권면하고 의사에게 보냈다. 의사도 권면한 후 가족에게 보내며 가족에게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라고 말했다. 고민하던 가족은 결국 투표를 통해 불임을 결정했다. 오늘날 선교에 있어서도 동일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목사는 의사에게 미루고, 의사는 가족에게 미루고, 결국 가족이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선교동원의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고민과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교회와 선교단체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곤 했다.

선교한국 운동을 통해 선교에 헌신한 이들이 구체적으로 선교에 동참하게 되기까지의 공백기간을 채워주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 A교단의 경우 격년으로 열리는 교단선교대회가 있다. 수년전 주 강사로 초청되어 섬기면서 교단총무에게 요청했다. 대회기간동안 선교단체 정보부스를 설치하게 되는데,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겠으니 부스뿐 아니라 헌신자와 선교의 기회를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브로커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해 달라. 그리고 선교단체를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을 강의 전 20분씩 주어서 참가자들이 막연한 헌신이 아니라 동역할 선교단체까지 지목하여 연결되게 하고 헌신된 학생들을 선교대회 측에서 직접 관리하지 말고 선교단체로 명단을 넘겨 그곳에서 관리하게 하면 후속관리가 편하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정보와 자료를 독점하지 말고 선교대회가 끝나면 선교단체의 지도와 훈련을 거쳐 파송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넘겨주라고 요구한 것이다. 

본부가 참석자와 선교단체를 연결하는 브로커가 되어 달라는 주문은 교단총무의 무성의로 이행되지 않았다. 약속을 어긴 것이다. 선교단체 소개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교단이 헌신자 명단을 혼자 쥐고 선교대회를 끌고 가다가 결국 헌신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한 사람도 남지 않게 됐다. 헌신자 관리가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지난해에는 3백 명도 모이지 않는 초라한 선교대회가 되고 말았다. 

선교동원에는 브로커 역할이 포함되어야 한다. 막연한 선교헌신을 이끌어낸 후 하나님께 맡깁니다, 알아서 하십시오,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선교대회는 참석자들이 선교단체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선교대회는 선교단체가 들러리선 채 끝나고 마는데, 그것은 교회에게나 선교단체에게나 헌신자 모두에게 큰 손해다. 대회기간 중 다양한 선교단체에 대해 들어보고 자신이 어느 단체에 알맞은지, 재능과 전공과 소양이 어느 단체에 적합한지 알게 한 후 선교에 헌신하는 마지막 날이 참석자를 선교단체에 입양시켜주는 날이 된다면 우리가 염려하는 공백기간을 체계적으로 채우고 헌신자들의 탈락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문제를 선교한국이 홀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교단선교부의 은근한 압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교대회에 참석한 선교단체의 역할이 지금처럼 들러리에 그친다면 선교 헌신자의 공백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선교동원의 역할분담에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지역교회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이다. 교회와 선교의 관계를 성경적으로 이해하는 교회관의 결여가 선교동원에 대한 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성경적 교회관의 부재문제는 심각하다.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선교적 계획을 이해하지 못하고 선교를 교회사역의 작은 일부분으로 보는 목회자와 교회가 많은 것이 선교동원의 가장 큰 거침돌이다.

에베소서 1:20-23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구속사를 보면, 그리스도의 죽음, 부활, 승천, 그리고 맨 마지막에 교회의 머리다. 복음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측면은 구원과 교회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목적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우시는 데 있다.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주님의 최고 통치권이 어디에 있는가? 바로 교회의 머리에 있다는 것이다. 구원받은 자녀들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로 부르심 받았다면, 존 스토트의 말대로 교회가 복음과 믿음과 하나님의 구속사의 중심이 돼야 한다면, 선교의 중심도 교회가 돼야 한다. 

첫째, 교회론의 회복은 교회 성장학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현대목회에서 교회론의 회복이 일어나고 있고 지진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셀 처치’ 운동이 그 좋은 사례다. 이 운동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에 있다. 교회를 조직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로 보는 성경적 교회관의 회복이 셀 처치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대형교회 목사는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새 시대의 서막을 여는 중요한 선언을 했다. 그는 “대형교회는 돌연변이다. 중소형 교회가 더 많아져야 하고,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면서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인지 업’이라는 목회세미나에 초청된 미국 강사들은 건물이 없이 기동성이 높은 교회의 목회자였으며, 그들 역시 교회 중심의 교회성장론을 선언했다. 대형화는 그리스도의 교회의 특성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건물 없는 이동성과 기동성이 강한 교회가 강조되었다.

둘째. 선교방법론에서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접목한 새로운 전략이 강하게 번져가고 있다. 

그 좋은 예로 교회개척운동(CPM)을 들 수 있다. 미국 남침례교단에서 시작한 선교전략으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교사역을 전부 CPM으로 전환했다. 한국침례교선교회(KBM)의 경우, 동해에 교회가 거의 없다는 분석을 근거로 국내에 흩어져 있던 침례교선교사들을 동해로 신속히 이동시켜 교회개척운동을 시작했다. 그간 겨우 5개의 교회가 세워졌던 에티오피아에서는 CPM에 의해 무려 60여 개가 세워졌다. 필리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러시아, 미얀마, 부탄 등에서도 가정교회를 개척하면서 그동안 더디게 진행되었던 복음의 확산이 빠르게 이뤄져 가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론에 근거한 새로운 선교전략의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셋째. 그렇다면 교회가 어떻게 선교동원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우리가 교회의 공동체성을 잊고 있는 동안 세상은 교회론적 관점에서 현대사회의 빈부격차, 환경오염,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세상은 교회론의 방식으로 당면한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교회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주신 생명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헬레나 호지 여사는 지구촌화/세계화의 극복방안에 관한 그녀의 저서 <오래된 미래>에서 대량화, 도시화, 집중화되는 현대문명으로 인해 빈민층이 늘고 환경이 파괴되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와 농촌 직결시스템의 구축을 주장했다. 도시와 농촌의 직결로 소비의 안정을 가져오고 농촌이 빈곤에서 해방되며 과도한 비료사용으로 인한 환경의 파괴에서 벗어나 환경이 살아나서 도시환경도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헬레나 호지 여사의 제안은 전 세계 지도자들의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농촌과 도시의 직결시스템을 연구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도 지역교회와 선교단체, 학생단체 삼자간의 직결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효율적인 선교동원이 가능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선교동원과 훈련의 많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에 열린 춘천선교대회가 하나님이 보여주신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선교한국을 통해 제공되는 선교교육 프로그램인 ‘미션 퍼스펙티브스(Perspectives)’에 목회자들이 참석하면서 그들의 목회관과 선교관이 바뀌고 근본적인 복음의 혁명이 일어났다. 그러던 중 춘천지역 선교단체장들과 선교한국의 한철호 총무가 춘천시 교회연합회와 힘을 모아 춘천선교대회를 열게 되었다. 대회기간 중 오전 목회자세미나 시간에 교회와 학생단체 및 선교단체의 일대일 입양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지역교회와 선교단체와 선교사의 삼각구도를 설명하면서 선교를 위한 역할분담을 호소했다. 

한 목회자는 상담을 요청해서 교인이 50명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교회가 어떻게 선교에 동참할 수 있을지 자문을 구했다. 선교단체와 교회가 협력하여 도시와 농촌 직결시스템처럼 연결되면 전략적 선교를 구상하여 시행할 수 있고, 몇몇 교회들이 손잡고 선교사를 공동파송하면 작은 교회도 얼마든지 선교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드렸었다. 교회는 선교학교를 자체적으로 운영하지 말고 선교단체가 교회에 와서 시행해줘야 한다. 농촌과 교회의 직결시스템처럼 교회와 선교단체가 직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자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도 선교단체와의 직결시스템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시도해왔는데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동안 OMF는 물론 미전도종족선교협의회(UPMA)와의 직결시스템을 시도했고, 선교훈련원(WMTC)과의 직결시스템도 운영 중에 있다. 한편 미전도종족 중보예배를 만들어 UPMA에게 운영/관리를 위탁했다. 또한 다른 여러 지역교회에 그 프로그램을 소개했지만 반응이 약하고 선교단체에서도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결시스템은 결코 쉽지 않지만 삼각구도 만이 선교동원에 하나님의 부흥을 가져올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확신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다. 교회와 선교단체가 서로 지체의 관계여야 한다. 선교단체도 교회를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회를 위한 선교단체가 되어야 한다. 선교단체의 고유 성격과 철학과 방법이 담겨있는 교회용 선교훈련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A교단 해외선교부도 참으로 안타깝다. 스스로 혁신적인 선교정책을 개발하거나 교단차원의 개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교단선교부가 선교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선교단체는 못 들어오게 하면서 교회를 위한 프로그램은 전혀 없는 상황임에도 도리어 교회가 관심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스도의 지상명력을 위해 교회의 다양한 은사를 나누는 동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교회와 선교단체가 서로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진정한 연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론의 회복이 중요하다. 선교적 교회론의 결여가 교회와 선교단체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서로를 경계하고 무서워하며 가까이하지 못하는 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매월 작은 금액의 선교비를 보내주고 주보에 선교사 이름을 싣는 것이 일부 목회자들의 선교에 대한 이해수준이다. 많은 선교사를 파송했다고 하면서 일정액의 후원금만 보내주며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교회들도 있다. 선교단체나 선교사와의 공동프로젝트에는 물론 안식년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 선교사가 공부하는지 쉬는지 훈련받는지 관심도 없다. 춘천선교대회는 교회와 선교단체가 바람직한 선교동역을 위해 손잡게 된 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춘천의 사례는 인구 10~20만 정도의 중소도시에서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WEC에서도 작은 교회 선교 프로젝트를 이미 시작했다. 각 선교단체가 같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춘천선교대회의 성과가 모든 선교단체에게 나타나리라고 생각한다. 

춘천선교대회로 인해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춘천에 있는 침례교회들이 다 모인 것이다. 침례교회들이 공동으로 선교부흥회를 요청해 왔다. 몽골에 파송된 선교사가 있는데 공동 프로젝트를 세우고 지방회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런 변화된 운동들이 일어나고 교회가 선교단체 및 선교사와 협력하는 체제가 구축되는 일들이 시작됐다. 이런 일이 조금 더 확산되면 동원의 역할분담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선교단체가 교회와 목회자의 의식과 생각을 변화시키는 데 전심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교교육 및 계몽의 초점이 목회자에게 모아져야 한다. 4만 명에 달하는 목회자 중에 10퍼센트만 변화시킬 수 있다면 무려 4천 명의 목회자들의 선교의 동역자가 될 수 있고, 그들을 통해 그만큼의 교회들이 선교하는 교회로 변화될 것이다. 학생단체인 JOY는 대표간사들을 지역교회의 협동목회자로 보내주어 교회의 제자훈련을 책임지고 교회는 대표간사들의 재정을 책임져 주는, 교회와 학생단체의 직결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시도해봤는데 의외로 교회의 호응이 크다. 이런 방식이 교회와 선교단체가 서로 돕고 섬기고 하나님 나라를 함께 확장하는 것이 진정한 아웃소싱(outsourcing)이다. 선교단체가 교회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이나 피해의식을 버리고 교회를 사역현장으로 생각하고 죽을 각오로 뛰어들었다면 10년 전에 선교동원의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다.

하나님의 구속사가 교회를 통해 이뤄진다는 교회론을 확신한다면 선교단체는 무엇보다 지역교회와 승부를 걸어야 진정한 선교의 동력화가 가능해진다고 본다. 직결시스템을 확산해가야 한다. 춘천선교대회와 같은 운동이 전국에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미션 퍼스펙티브스’의 부수적 은혜는 목회자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에서도 훈련받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선교운동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선교단체에서는 지역교회 매니저를 두어야 하고 지역교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선교단체는 지역교회를 가나안 땅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여호수아 정복사를 써나가야 한다. 교회를 중심에 두는 변화가 일어날 때 교회는 선교동원의 핵이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