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흥 - 손 선교사님께서 좋은 발제를 해주시고 조 목사님께서 목회적 관점에서 좋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혁명적이고 많은 생각이 필요한 말씀입니다. 

정민영 - 조 목사님이 지적하신 문제의 모임은 작년 가을 북미주 교계 지도자들 중심으로 모인 네트워크인데, 저도 참여하면서 만감이 오갔습니다. 극적이고 영웅적인 일을 워낙 좋아하는 우리네 풍토에서 원리적인 토대를 세우고 전략적인 탑을 쌓는 일이 너무 힘들뿐 아니라,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원칙과 무관한 영웅담에 단칼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절망스럽기조차 합니다. 이런 풍토의 한민족 선교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지만, 그래도 선교는 해야 합니다. 

책무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과 사례 제시가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규정화하는 것이 건강한 책무를 담보할 수 없다는 조 목사님의 말씀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래도 규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각자의 양심에 맡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하나님이 공동체를 주신 것은 피차 격려하고 책망하기 위함입니다. 선교공동체의 건강한 책무를 위해 규정이 충분조건은 아니어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합니다. 또한 정직한 일꾼의 양성은 근본적으로 선교단체의 몫이라기보다는 교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자질 있는 사람을 양성하고, 선교단체는 규정에 따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규정이라는 것은 생산은 못해도 걸러낼 수는 있다고 봅니다. 부정적 요인을 최소화하는 걸러내기(screening)가 필요하고 선교단체 입장에서 책무체제의 업그레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저지른 잘못의 뒤처리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인샬랴’ 식 은혜는 성경적이 아닙니다. 미국의 헌법을 기안한 토마스 제퍼슨도 “더 이상 사람을 믿자고 주장하지 말고 헌법의 사슬로 사람의 오류를 결박하자”고 말했습니다. 규정은 선교공동체로서의 최소한의 검증도구가 된다고 봅니다. 아무리 규정을 강화해도 모든 오류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너무 경직되고 율법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도 합의된 원칙들이 제시되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경호 - 이런 모임에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김종국 - 선임선교사들에게 규정문제는 제일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선임선교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한국교회 선교역사를 돌아보아도 모델이 보이지 않습니다. 선교가 뭔지 잘 모르는 교회가 선교를 열심히 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책무와 아울러 로드맵(road map)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은 우리가 늘 강조했던 것이 한국선교가 잘 가기 위해서는 선교협의회나 후원교회 등 연관된 기구들이 동일한 영성과 신뢰를 갖고 일하기 바랐는데, 서두에 강 목사님 말씀하신대로 모두가 소명 갖고 왔지만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성숙한 인격으로 홀로 서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책무와 연관해서 너무 많은 아픔이 안팎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선교사 자신들이 책무에 대해서 물론 하나님 앞에서의 고민은 있겠지만 한국교회나 여타 관계 속에서 발생한 상처들로 인해 부정적으로 말하면 환자인 선교사들이 많습니다. 정신적, 영적 환자에게는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의 제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 책무의 문제를 모르겠습니까?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파송교회와 더불어 건강한 선교문화를 일궈내기 위해서 현장에 있는 선교사들이 회복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오늘 발제에서 일반적인 면들을 손 선교사님이 지적해주셨는데, 위원회를 구성해 대안을 연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사역 가운데 선교사 신용평가기구라는 게 있다는데, 혹 이런 기구들이 선교지에서 몸부림치며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하면 선임선교사의 한 사람으로 맘이 아픕니다. 책무와 더불어 선교사에 대한 돌봄(care)의 문제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전철을 후배들이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한 또 다른 포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민영 - 김 선교사님이 말씀하시는 문제가 왜 나오는가 하면 책무의 시선이 선교사에게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선교사 홀로 감당해야 하는 일방통행 책무가 아니라, 선교사-파송교회-선교단체-현지교회의 연결고리가 되는 책무의 다중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면 대부분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황태연 - 동감합니다. 책무의 필요와 함께 전 영역을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필리핀에서는 선교사들이 3개월마다 모여 그간 어떻게 일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재정문제와 더불어 동료선교사들과 함께 의논합니다. 지부장이 있지만 동료들에게 말함으로써 선교사들 서로에게 책무를 감당하는 관계가 형성돼 있습니다. GMS의 경우 1천여 명의 선교사가 있는데, 몇 사람이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일관성 있게 학점을 매길 수도 없기 때문에 현지 선교사들이 피차에 대해 책무를 나누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손 선교사님이 자질과 사역의 양면성을 말씀해주셨는데 자질은 몰라도 사역에 있어서는 방향성과 열매에 관한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열매에 있어서는 이제껏 보내는(sending) 주체에 대해서만 책무를 생각했고 받는(receiving) 주체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선교정책 수립에 있어서 현지인들이 우리 사역을 어떻게 보고 평가하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선배선교사들이 방향을 정하면 후배들이 따라가기 십상인데, 방향수립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후배선교사나 파송단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도 솔직하게 사과하는 분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잘못된 정책수립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선배선교사가 무책임하게 손 털고 가버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강대흥 - 손 선교사님이 전반적으로 잘 짚어주셨다고 봅니다. 책무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장 사역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행정적인 관리체제가 현장에까지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선교단체 대표들이 계시지만, 선교사들에 대한 관리 및 돌보는 시스템이 현장까지 미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교단이나 단체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조경호 - 어쨌든지 앞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안식년이나 재정 등에 대해 보고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앞으로는 안 하면 불이익이 온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행정이나 조직 모두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성경에 좋은 것이 다 있지만 적용하는 사람의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대통령 잘못 뽑아 어려움 당하는 한국정치처럼 돼서는 안 되고, 히딩크의 리더십과 같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현장 리더십에 따라 현장 책무문제가 해결된다고 봅니다.

한도수 - 책무문제가 나오면 맘이 무겁습니다. 선교역사를 되돌아보면 국제단체에 소속된 분들은 오랜 세월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체제 속에서 일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적절한 선발과정이 없이 본인이 나가겠다고 하면 파송하고 일단 나간 후에는 모든 일을 본인이 알아서 하는 식이었습니다. 한국선교의 책무문제가 이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선교사를 파송한 후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랐습니다. 오로지 돈만 보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WEC에서 훈련받을 때 어떤 교회는 훈련받는 분에게 빨리 인도로 들어가라고 하다가 안 되니 후원을 끊어버렸습니다. 상처가 많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가겠습니까? 선교사 신용평가뿐 아니라 종합적인 돌보기(total care) 문제에 대해 계속 토론하면서 대안을 만들어 가야합니다. 선교사의 문제는 곧 파송주체인 지역교회와 선교단체의 문제입니다. 정민영 선교사 말씀처럼 책무의 다중성이라는 개념이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이것 역시 선임선교사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안은숙 - 발제와 응답을 들으면서 선교사의 책무가 곧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종국 선교사님이 언급하신대로 선교사에 대한 목회적 돌보기(pastoral care)가 선교기관의 책무라고 봅니다. 목회적 돌봄이나 권리는 누리지 못하고 선교사에게 책무만 강요한다면 선교사 입장에서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돌봄이 잘 이뤄져야 책무와 의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무라는 것이 선교사에게 돌을 던지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표현이나 방법을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황태연 - 필리핀 선교의 선배이신 김활영 선교사님이 초기에 장로교선교부의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적절한 요구였다고 여겨집니다. 필리핀만 해도 수많은 선교사들이 있지만 아주 적은 수의 선교사만이 자신의 책무를 이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교사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분리시키기보다 상호간 책무이행을 고무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갈렙 - 선교단체를 운영하면서 고심이 많습니다. 손 선교사님 말씀 중에서 공감되는 부분과 회심한 부분이 있습니다. 선교사를 보내고 후원하면서 “너, 나 못 믿니?”라는 반문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책무라고 봅니다. 선교사의 성숙한 책임의식이 필요한데 많은 선교사들이 너무 느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게 있어 최대 화두는 안식년이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여러 선임선교사들이 자기발전을 위해 안식년을 보내고, 또 그렇게 못하는 선교사들을 비정상인양 취급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갈등했습니다. 저는 선교사로 헌신하기 전에 이랜드(E-Land) 회사 설립과정에 동참하면서 7년 동안 쉬는 날도 없이 일했습니다. 세상기업보다 느슨한 선교부를 향해 가졌던 문제의식을 다른 후원자들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번 진지하게 재고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편 이번에 안식년을 보내면서 회심한 부분이 있습니다. 팔자 좋은 안식년이라는 비평을 하곤 했는데, 전도서의 말씀대로 잘 드는 연장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에 따라 안식년을 갖기로 결정하고 자유를 누리기로 했습니다. 사랑과 긍휼 없이 일만 해서는 안 되고, 선교지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선교적인 가슴을 키우며 관계를 새롭게 하는 일의 중요성이 안식년을 보내면서 회심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녀교육에 대해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국 서안에서 개척사역을 하는데 다른 단체에 속한 어느 선교사가 그곳에 왔습니다. 그 지역에는 국제학교가 있지만 우리(ANN)는 개척사역을 위해 자녀를 현지학교에 보닌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는데, 그 분은 우리더러 왜 국제학교에 보내지 않느냐며 걱정스럽게 묻더군요. 당시에는 반론하지 않았지만, 한국선교사들은 자녀교육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한국교회의 실정과 기대치에 맞고 건덕을 해치지 않는 도의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창남 - 제 아내의 조언을 따르느라 원래 작성한 원고에서 이 문제에 관한 내용을 상당부분 지웠습니다만, 사실 저는 이런 문제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흔히 선교사가 된다는 게 희생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과연 희생이라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저희 단체에서도 겨우 첫 번째 임기(term) 중 안식년을 앞두고 “저 공부하러 가도 됩니까?”하고 질문하는 선교사들을 대하면서 이분들의 동기가 과연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다른 단체의 경우인데, 한 선교사가 자녀를 영국계 국제학교에서 보냈더니 모두들 부러워했답니다. 어느 날 저를 만난 그 선교사는 자기가 그 문제로 오해를 받고 있다며 하소연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자녀를 그런데 보냈으면 그냥 욕을 먹으세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회계학을 전공했는데 회계학을 공부한 사람은 계산이 분명합니다. 세무서에서는 언제나 사업자가 돈을 벌었다고 하고 사업자는 안 벌었다고 하는데, 손익계산서를 만들면 분명해집니다. 자녀는 최고로 좋은 데 보내려 하고 듣기 싫은 소리는 안 들으려 해서는 안 되지요.

장훈태 - 선교사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책무도 중요합니다. 한국교회의 8할이 선교에 관심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 교회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되는 게 문제입니다. 제가 아는 한 교회 목회자의 2004년도 연봉이 1억인데 선교사에게 보내는 헌금은 매년 수십만 원입니다. 군 선교 명목으로 의자를 조달한다고 천만 원씩 헌금하면서 이런 선교전략모임에는 관심도 안보입니다. 한편 선교사들의 보고를 들을 때 안타까운 점도 많습니다. 때로는 선교사들의 설교가 오히려 선교를 막습니다. 설교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영력이 있어보이지도 않고, 자기 자랑이나 하고, 과업중심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자녀는 다 외국 가있어요. 교회들은 대부분 힘겹게 후원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선교후원을 안하는 쪽으로 기울고 맙니다. 선교사들의 관심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보다는 엉뚱한 데 있는 듯싶습니다.

조경호 - 책무 문제는 다 알고 있는 부분인데 기본적인 것부터 잘해야 합니다. 농구선수가 점프를 잘하려면 훈련해야 하고, 디모데전서 4장5절 말씀처럼 교회개척과 영혼구원에 대해서도 분명해야 합니다. 선교보고와 현지사역이 동일하다면 한국교회는 후원할 소지가 많다고 봅니다. 선교사로부터 보고서가 안 오고 성과가 없으면 후원 안합니다. 선교편지를 쓰다보면 과장하거나 거짓말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듯합니다. 선교지에 간지 몇 개월도 안돼서 엄청난 열매가 맺힌다는 게 어디 가능한 일입니까? 설익은 열매를 따지도 바라지도  말아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선교후원을 회복하는 길은 선교사 자신의 영적실력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장훈태 - 한국교회에 안식년에 대한 이해가 없습니다. 안식년으로 귀국하면 선교비를 잘라버립니다. 그러면 안식년 이후의 사역이 어려워지지요. 그래서 선교사들 사이에 안식년 때 한국에 들어가지 마라, 차라리 재교육과 재충전을 위해 해외유학이나 연수를 떠나라고 조언하는 풍토가 조성되는 것입니다. 저는 선교사들에게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되어 현장에 적용하라고 제안합니다. 몽골에 파송된 한 선교사가 성과 위주의 사역 때문에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선교사가 잘못한 것은 곧 교회가 잘못한 것이라고 봅니다. 위대한 일보다 기초에 충실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은숙 - 선교사를 변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국사역에 참여하다 보니, 안식년 때 외국에 나가는 선교사님들이 많은데 본국에서 함께 일할 분들이 너무 없어서 힘듭니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본국사역자들이 집회나 기도회를 섬기게 됩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상황에서 다른 선교사는 없느냐는 반문을 듣게 됩니다. 안식년 중 본국에 머물며 선교자원을 동원하고 후원자들을 개발하며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요청에 응하고 싶은데 선교지에서 실전경험을 잘 쌓은 선수들이 본국에 들어오지 않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김종국 - 아까 선교사들의 약한 부분을 지적하셨는데, 그들이 설교 못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목회자들처럼 늘 설교하는 것도 아닌데다 긴장이 되서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 자랑도 많이 한다고 지적하셨는데, 모든 선교사들의 모습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선교지에서 현지인에게 존경받는 선교사가 있는가 하면, 그것과 무관하게 한국교회에서 스타가 된 선교사도 있습니다. 제 아이들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미국에서 공부하게 돼서 마음이 아팠는데, 저 또한 지탄받는 선교사 중 하나입니다. 한국말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인도네시아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선교사적인 마음을 품고 자라가는 모습을 보며 그나마 위로를 받는데, 우리가 희생을 해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열매가 없는 희생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과욕을 부려 사역을 포기하면서까지 자녀교육에 매달릴 선교사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자녀들이 채워줄 수 있다면 그것도 귀한 일이라고 봅니다. 제 아들은 요즈음 인도네시아 병원에 와서 인턴을 하는데, 버클리대학을 다니면서 조금씩 돈을 모아 선교후원을 하기도 합니다. 모르는 분들은 저에게 자녀를 미국 명문대학에 보낼 돈이 어디서 나나 궁금해 하는데, 우리가 보내는 학비는 하나도 없습니다. 내 자식도 미국에 못 보내는데 선교사자녀들이 어떻게 가나 하는 의문을 후원자들이 갖고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 나름대로 희생하는데 그것을 폄하한다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유익하지 않다고 봅니다. 맘을 넓히고 이해와 균형을 추구하면 좋겠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습니다.

신갈렙 - 자녀를 몰록에게 바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에 자녀교육의 선택에 대해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선교의 지도자 입장에서 내면적 확신이 있다면 자유하시기 바랍니다.

조경호 - 민주주의의 위험은 지식이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책무의 다중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교회와 선교사와 선교단체 사이에 지식의 공유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성숙한 다중적 책무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잔 맥스웰(John Maxwell) 목사가 구원의 로드맵의 필요성을 제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구원받았다고 하는데 과연 누가 구원받았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입니다. 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선교의 소명을 받고 나가겠다는데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교회의 한 청년이 선교훈련원에 들어갔다기에, 저는 그곳 간사에게 “내가 볼 때 이 사람은 아니다. 확실히 상담했는가? 하나님 이 부르셨다고 확신하는가? 왜 담임목사에게 물어보지 않는가? 나는 책임 못 진다. 훈련단체에서 책임져라.”고 말했습니다.

파송선교사는 교회가 전적으로 돌봐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보냅니다. 파송교회는 선교사의 자녀교육, 언어연수, 자동차 구입, 아파트 임대 등 전적인 지원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교사를 보내야 한다. 본인이 믿음으로 지팡이 하나만 들고 가든지, 아니면 교회가 전적으로 지원할 수 있든지 둘 중 하나여야 합니다. 우리교회가 파송한 선교사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정말 부르심이 있는지, 교회가 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철저히 따지기 때문입니다. 다중적 책무의 시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연구할 수 있기 바라고, 이런 자리에서 공동의 매뉴얼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맥도날드 화장실을 청소하는 방법에 관한 매뉴얼이 무려 70페이지라고 합니다. 아홉 가지 영역을 거론하셨는데, 한 영역에 한 권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체도 매뉴얼에 의해 관리해주고 교회도 그에 기초해서 파송하면 바람직할 것입니다.

손창남 - 저는 OMF 회원이 된지 14년 돼 가는데 초기에 시집살이가 매우 심했습니다. 문제가 있어 서양인 지도자를 찾아가면 언제나 핸드북을 읽어봤느냐고 되묻는 겁니다. 이런 몹쓸 단체가 있나 하며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핸드북 때문에 제가 보호된 측면이 많습니다. 저도 인간의 욕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 시간이 흐르면서 원칙보다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질되었을 것입니다. 김종국 선교사님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단체에 속한 선교사들이 요청하는 예외적인 부탁을 다 들어주면 원칙이 무너지게 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원칙을 지키고, 혹 예외적인 상황으로 갔을 경우는 그에 따르는 문제들을 책임지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규정 하나를 어기게 되면 낙타가 텐트를 점령하듯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임경철 - 리더십을 전공한 입장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한국선교사들이 속한 단체를 쉽게 양분해보면,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서구단체의 시스템과 규정을 활용하고 있는 단체와 그렇지 못한 토종단체가 있습니다. 한도수 목사님도 말씀하셨지만, 한국의 선교역사는 짧아서 많은 토종단체가 규정조차 미비한 실정입니다. 그런데 양쪽 모두 불만이 있습니다. 전통적 기관에서의 불만은 규정은 잘 되어 있는데 안 지킨다는 것이고, 규정이 미비한 경우는 그로 인해 너무 많은 피해를 당한다는 것입니다. 실례로, 우리 둘째 아이가 파라티푸스에 걸려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체열이 무려 41.5도나 올라가 눈이 돌아가고 경련하는데 약도 없고 소속단체(KIM)의 규정도 없고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적도 없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교회는 목숨 걸고 복음을 전하라고 후원해주는 데 자식이 아프다고 귀국할 수 없다고 여겨져 그냥 버티다가 아이가 죽으면 묻고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WEC 소속 선교사에게 물었더니 자기네 핸드북을 보여주는데 몸이 아픈 정도에 따른 규정이 종합적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수혈을 하는 수술일 경우는 반드시 본국에 송환한다는 규정이 있더군요. 그런 규정 속에서 선교사가 보호되는데, 저희는 아프다고 말할 상황도 못됐습니다. 

문제는 규정이 있어도 잘 지키지 않는 우리네 습성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아예 규정이 없어서 당하는 어려움입니다. 규정과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만드는 것도 운영도 사람이 합니다.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귀착되는 것은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입니다. 리더십의 긍정적인 본을 통해 바람직한 단체로 자라기도 하고, 부정적인 본을 통해 단체가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모셨던 지도자는 여자문제 때문에 쓰러졌습니다. 제가 경험과 리더십이론을 통해 배운 것은 부정적인 사례를 긍정적으로 반전시키고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