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선교훈련에 대한 사전 이해

1. 공감과 전제

선교훈련은 선교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따라 그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우리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선교지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사실에도 동감합니다. 아직도 전통적이고 도식적인 선교에 대한 생각이 선교지에서 한국선교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러한 한계 때문에 서구선교의 잘못을 답습하는 문제에 직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사적인 설명을 통해서 선교훈련의 방향을 제시하신 것은 탁월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선교훈련의 방향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선교훈련의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필자가 제안한 6가지 제안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의 구체적인 보완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2. 풀뿌리 사역에 대한 강조

저는 한국교회가 선교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헌으로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사역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교회개척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선교지의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직접적인 전도와 제자훈련의 본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것이 일반 신자들에게나 현지지도자들에게 좋은 본이 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선교사들이 너무 현지지도자 중심의 사역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풀뿌리 사역은 현지의 문화, 언어, 사역에 대한 많은 연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본국에서의 훈련, 필드에서의 현장중심 훈련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제 선교단체에서 외국의 훌륭한 선교사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들의 생활은 아주 단순하고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훌륭한 인격과 영성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슬픔입니다.

3. 선발과정

훈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선교사 선발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교지에서 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선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그 선교단체의 선발과정이 어떻기에 이런 사람이 선교지로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이제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어느 정도 통일된 선교사 선발의 기준을 공유할 만큼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훈련의 통일 이전에 선발과정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진다면 훈련이 좀 더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오리엔테이션의 중요성

적절한 오리엔테이션이 부재한 채 선교사들이 파송되기 때문에 정체성의 문제도 생기고 선교전략에 있어서도 서양 선교사들이 했던 동일한 오류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필자가 말한 필리핀 회교도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보여준 모델이 바로 우리가 선교지에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모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몇몇 비즈니스맨은 선교적 열심이나 현지적응, 그리고 그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면에서 탁월한 본을 보여 주었습니다. 

5. 본국사역 기간의 점검

한 임기(term)를 마치고 돌아온 선교사가 본국사역에 참여하는 동안 그의 삶과 사역을 점검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 후속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본국사역 기간에 선교사를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본국에서 이런 일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이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II. 선교사 훈련에 대한 제안

필자는 과거의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는지 살펴보고 이에 근거하여 우리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몇 가지 부분을 21세기 선교사 훈련프로그램의 정책수립에 반영해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저는 필자의 6 가지 제안을 다음과 같이 보완해봅니다.

1. 파송국 중심의 효율성과 자본주의적 원리에 입각하여 피선교지(교회)를 객체화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현지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미시적이며 주체와 주체가 만나는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주체와 주체가 만나는 훈련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프로그램이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있으면 합니다.

2. 단순한 생존이나 적응의 차원을 뛰어넘어 현지사회의 심층부에 접근할 수 있는 인격이 되도록 보다 깊이 있는 문화훈련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의 오리엔테이션과 훈련 못지않게 필드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훈련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3. 선교사의 전도활동이 교회설립이라는 작은 틀 안에 제한되지 않고 보다 넓은 의미의 교회의 개념도 이해될 수 있도록, 그리고 선교사가 현지사회에서 어떠한 위치로 인식되며 어떤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살필 수 있는 선교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선교사가 현지에서 자신을 어떻게 동일시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구 선교사들이 했던 것보다 선교지 사람들에게 훨씬 더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현지어 습득도 생존의 방편이 아니라 현지인의 역사와 문화를 감사하고 존경하는 자세로 접근하고, 더 나아가 지도자로 설 수 있는 필수조건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훈련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아주 공감합니다. 언어훈련의 전제가 되는 기초훈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기본적인 음성학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언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5. 주입식이나 방법론적인 선교훈련을 탈피해 신학과 윤리가 살아있는 성육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6. 피선교지 교회가 선교사의 전한 복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기실현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참된 조력자로 자랄 수 있도록 준비시켜주는 프로그램, 즉 현지인의 이러한 고통에 동참하면서도 자기성취가 아니라 현지교회의 자기실현이 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선교사의 삶과 사역에 대한 적절한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가 선교사를 해치기보다 유익을 끼친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