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포럼 2004-26: 선교유형의 패러다임 전환 (최재영 교수)

환경의 변화는 그 환경에 접근하는 방법조차도 변화를 수반한다는 전제하에서 선교방식도 선교대상의 환경변화에 따라 재조정되어야한다는 것은 가설적 측면에서 합당하다. 선교지 환경변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는한 새로운 선교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오류와 실패의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 환경이 선교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전제는 문화와 선교의 방식에 대한 불가분리적 관계를 이해하도록 요청한다. 지구촌의 환경과 문화가 다양하고 변화가 있듯이 선교의 접근방식의 다양함은 오직 하나의 선교방식을 거부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 다양한 지구촌의 환경변화를 논하고 그에 합당한 창의적 선교유형을 제시하는 것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는 범주와 그 한계를 넘어서서 보아야 하는 과제이다. 또한 현재를 이해하고 규정하는 방식은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만일 현재를 과거 우리문화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세계관과 그 힘으로부터 연속되는 드라마로 해석하면 우리는 연속성(Continuity)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역사의 강은 전통의 제방을 흘러 넘쳐 새로운 물길을 열고 있다고 해석하면 우리는 불연속성(Discontinuity)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동적인 실체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해석적인 틀을 수정해야만 한다. 즉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야만 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첫째, 새로운 선교환경의 변화로 인한 비서구세계 기독교 주류화의 중심에 선 한국교회의 선교적 위치, 둘째, 비서구세계 선교 리더십 발휘를 위한 한국선교에 대한 반성과 실천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셋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전통적으로 이해해온 선교유형과 그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제약들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복음과 문화의 관계에 대해 한국선교가 생각해야 할 측면을 제시하고, 결론적으로 이상의 논의를 통해 도출된 내용을 기초해서 21세기 비서구선교의 주역으로서 한국선교사들의 사역유형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론내리고자 한다.

21세기를 맞이하는 세계 선교학자들의 이해는 이제 기독교의 실체가 새로운 물결이 넘치는 길목에 들어섰으며, 전통적인 물결의 흐름을 다스리던 제방을 흘러 넘치는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과거 200년간 발생한 변화는 너무나 극심하여서 우리가 교회의 역사와 발전을 어떻게 개념화시키고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제시한다. 3번째 천년의 길목에 선 세계교회는 100년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실체를 경험하고 있다. 그것은 유럽중심 교회로부터 다원중심 교회로의 이동과, 생물학적, 선교적, 토착적 역동성에 근거한 성장의 복합적인 자원들과 급격한 변화에 추진력을 준 역동적인 사회, 정치, 경제 환경들이다.

세계 인구는 1800년에 9억2백만에서 2000년에 60억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폭발을 했다. 1800년은 근대선교 운동이 시작되던 때이다. 그런데 1800년의 기독교 인구는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였다. 한 세기후 1900년의 기독교 인구는 34%로 증가하였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1800년에 세계 기독교 인구의 87%가 유럽과 북미에 놓여 있었다. 1914년에 유럽-북미에 있던 기독교인의 비율이 76%로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이 감소 추세는 계속되어서 1970년에는 56 %로, 2000년에는 세계 기독교 인구의 40%만이 유럽과 북미에 있다. 반면 세계 기독교 인구의 60%가 전통적인 서구세계가 아닌 비서구세계에 있다.

이 변화는 서구의 전통적인 해석의 틀이 오늘날의 기독교를 형성하는 다원적인 기독교의 실체를 해석하는 데는 맞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과거 수세기 동안 기독교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지배한 가설들은 모두 유럽상황에 맞는 것들이었다. 거기서 교회는 문화적, 종교적 다수와 일치하였고, 관심도 다수인 유럽교회의 제도적인 삶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또한 유럽 기독교인들은 서구교회의 주장을 보편적 규범으로 간주해 왔다. 유럽과 북미교회 선교사를 비서구세계로 파송하였을 때 서구의 형식과 규범은 선교사들이 세운 비서구세계의 교회에 의심의 여지나 여과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믿었다.

오랫동안 지배해온 이 주장들은 오늘날 논쟁에 부쳐졌고, 서구기독교의 실체는 한계를 보였고, 역사의 힘은 유럽기독교 전통이 서구와 비서구세계에 규범이 된다는 기존의 개념을 구석으로 내몰았다. 비서구 기독교의 우세는 서구에서의 기독교 인구의 하향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의 결과이다. 이 교회적인 변화는 결정적으로 소련연방의 붕과와 지속된 유럽의 정치적 지배의 침체에 따른 지정학적 변화와 일치한다.

1800년 이래 인구증가와 더불어 사회정치학적 변화가 역동적으로 발생하였다. 근대도시의 발흥과 산업화, 테크놀로지 혁명과 교통과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변혁이 일어났다. 서구문화의 변화로 종교의 역할도 변화되었다. 종교적 정체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일치시켰던 서구 기독교인의 관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때 세계 기독교의 주류를 차지하던 서구 기독교인들은 이제 타종교들과 이데올로기들이 지배하는 다원적 사회속에 소수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구의 선교운동은 미전도 지역에 교회를 세우는 목적을 위해서 비서구세계에 기독교 메시지를 전파하는 기여를 하였다. 동시에 서구교회는 근대화의 전환에 대처하지 못해 교회의 생동성을 상실하였고 결국 20세기에 와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돌이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정적인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역사 과목은 여전히 서구 전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구의 신학과 역사적 헤게모니는 오늘날의 기독교 실체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서구 지배를 영속시켜주는 최후의 보루로 이해되는 서구적인 신학교육은 이전에 누려온 지배가 끝났다는 흔적에 굴복하기를 본능적으로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21세기의 급격한 변화를 바라보는 우리는 선교역사의 과제를 재발견하라는 역사의 부름으로부터 도피할 수 없다. 21세기 세계기독교의 주류는 비서구세계에 주어졌고, 서구기독교는 21세기 교회역사의 부록으로 전락할 시점에 놓여 있다.

서구의 기독교 신학은 헬라 철학과 로마 법과 기독교 신앙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었다. 교회론과 실천규범은 게르만족과 슬라브족의 전통과 관습을 반영하여 형성되었다. 이제 21세기의 기독교 신학과 실천규범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전통문화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과정을 갖게될 것이다. 서구종교로 간주되던 기독교가 비서구 기독교로 중심지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금 한국교회는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비서구 기독교 중심의 선교역할을 감당해가는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선교의 한계로 파악되는 문제는 한국선교가 보병의 역할은 하지만 비서구 기독교의 주류를 이끄는 전략적 지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교를 위한 인적, 물적인 군수지원은 하되 군략을 제시하며 이끌어 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계를 직면하고 있다. 몸집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선교의 전략을 짜고 이끌어 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비전이 결여된 현실을 타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선교에 대한 고귀한 이상과 목적을 갖고 있지만, 그 실천은 교회의 선교적 이상과는 동떨어진 채 단순히 주인의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로 선교를 하려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 IMF를 통해 나타난 교회의 선교에 대한 전반적인 실력은 선교사가 우선 정리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드러났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교회가 보인 모습은 장기 선교사가 현장에서 사직하고 중도 탈락을 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고급 인력인 장기 선교사의 사직과 탈락이 늘어나는 추세를 주목하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존의 선교사를 방치하거나 탈락시켜버리고 새로운 선교사를 보내려는 동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고급 인력인 장기 선교사를 내팽켜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은 현장에서 세계선교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한국교회의 지도적 선교 역량과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 된다. 장기 선교사의 성장은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선교의 축복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21세기는 양이 아닌 질로 이야기 하는 시대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한국선교의 수준은 현장 선교사와 선교단체와 후원교회의 질(실력)에 의해 결정된다. 특별히 현장 선교사역과 비서구세계의 기독교 주류를 담당하며 세계 선교의 방향을 이끌 지도력은 바로 현장 선교사의 정예화와 고급 인력화를 준비시키는 일이다. 선교지의 신학교육과 정책수립과 현지와의 파트너쉽을 현장에서 담당하는 선교사 자원의 역량을 키우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선교사, 선교단체, 후원교회, 그리고 본국과 선교현장 간에 놓인 문화적인 GAP(간격, 차이, 장애물)을 이해하고 겸손하게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1세-1.5세-2세 간의 세대차이가 크듯이, 일방향성 선교의 모습에서 탈피해 비서구-서구, 한국인-비한국인 사이에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반자(Partnership)의 관계를 넘어서서 상호간에 풍요로움을 채워주는 (Mutual Enrichment) 배움의 자세가 필요하다.

•선교현장의 주류사회에 들어가기 위해서 선교사는 현지인의 심층에 놓인 심성과 가치관과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체득해야 한다. 이것은 현지인들을 접촉하고 함께 뒹굴며 살아가는 세월의 연륜이 요구된다. 주류사회에 들어가는 일은 현지인의 세계관과 현지문화에 대한 전문지식과 역사를 이해하고 느끼는 숙성의 세월을 요구한다. 껍데기를 보고 만지며 외곽에서 머물러서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이것은 단기선교의 한계를 지적한다. 장기 선교사도 선교지 주류사회의 심층에 이르기 위해서 현장에서 세월을 보내게 되며, 체득한 경험은 선교현장의 역사와 문화와 관습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심층내면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그 가치를 발휘한다.

이상의 필요를 정리하여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과 지도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선교전략가 배출, 현장 선교사의 선교전략적 지도력 배양, 선교적인 교회로서의 신학적 정체성 정립, 장기 선교사의 선교지도력 강화, 현장 선교사의 정예화와 고급 인력화, 선교현장 교회와 동반자 관계를 넘어 상호간에 풍요로움을 채워주는 배움과 섬김의 관계 정립, 선교현장의 주류사회에 파고 들어가기 위한 숙성의 기간, 그리고 상황적인 선교신학의 심화를 위한 연구 등의 질적 성숙과 성장에 대한 전략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작금의 한국선교가 비서구선교의 주도적 지도력을 발휘하고 책임을 감당할 수 있기 위한 시급한 준비가 될 것이다.

복음이 선교지에서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문화이다. 복음과 문화의 관계에 대해서 어떤 태도로 접근했는지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선교를 파악하고 반성하는 자료가 된다. 1600년부터 발흥한 개신교 선교역사로부터 개신교의 타문화권 선교 경험은 문화에 대한 선교의 시각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선교역사가 보여준 선교의 렌즈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분된다. 즉 무비판적 단계(1640-1850), 토착화의 단계(1850-1970), 그리고 상황화의 단계(1970-현재)이다.

무비판적 단계 (1640-1850) : 존 엘리어트(1604-1690)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1620-1650년 기간에 영국에서 발생한 정치적, 종교적 개혁의 중심에 서 있던 청교도주의에 헌신을 하였고, 그 청교도주의의 영향력을 신대륙에 확장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졌다. 청교도주의는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는 선택교리에 대한 강렬한 확신으로 고취되어서 신대륙에 기독교 공동체를 세우고자 하였다. 신대륙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선교의 전제는 인디안은 문명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근대 선교와 문화의 모델을 결정하는 엘리어트의 영향력은 19세기까지 선교의 전제가 되었다. 그 가설의 전제는 한마디로 문명화는 기독교화에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Civilization must precede Christianization). 여기서 문명은 서구문화를 가리킨다. 청교도의 생각에서 서구문화는 기독교와 분리될 수 없었다. 역사적 기독교 국가는 기독교화된 문화의 표지였다. 따라서 기독교 선교의 목표는 모든 비서구 문화속에 서구의 종교적-문화적 종합의 실체를 재생산하는 것이었다. 선교의 잣대는 그들의 특수한 문화를 표준으로 삼고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문화는 문명화된 것이고 다른 문화는 원시적이고 열등하고 미개하고 야만적이라는 무비판적 견해를 가졌다.

엘리어트의 인디안 회심자들은 단순히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것 이상으로 앵글리칸화된 청교도가 되었다. 엘리어트는 전통적인 인디안 문화로부터 회심한 인디안들을 보호하고, 문명화의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서 격리된 독자적인 마을을 세우고자 하였다. 토착 인디안 크리스챤들이 “문명화된” 인디안으로서 전통 인디안 문화에서 분리되어 살 수 있는 시도를 하였다. 여기서 선교의 전제는 현지문화에서 격리하는 분리의 개념이 강조되고, 유럽문화를 모델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엘리어트는 계몽주의의 태동기에 살았지만 계몽주의의 지적 환경은 선교사들에게 비유럽인의 문화는 유럽문화를 표준으로 삼도록 고무시켰다. 데까르트 이후의 서구의 지적 탐구는 특수한 문화적 상황에 독립된 보편적, 과학적 합리성이었다. 계몽주의는 서구적일뿐 아니라 계몽주의의 과학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었다. 계몽주의는 서구문화의 우월성을 취하는 태도에 힘을 실어주었다. 모든 사람은 근대 지식의 혜택과 기독교 메시지가 필요로 한다는 입장에서, 선교사의 역할은 ‘기독교 신앙 + 문명화’를 증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기간의 선교를 우리는 ‘복제 과정’(process of replication)으로 규정한다.

토착화 단계 (1850–1970) - 이념의 실패: 새로운 단계의 기독교 선교는 지적 발달, 특히 문화개념의 형성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선교와 당대에 출현하는 사회과학은 두 가지 질문을 갖고 서로 격론해야만 했다. (1) 인간을 동물과 구별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우리는 인류의 통일성과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인류학자와 선교사간에 충돌을 불러 일으켰다.

근대 선교운동은 18세기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열매이지만 그것은 또한 18세기 말 노예매매의 악에 관한 영국 복음주의자들의 일깨워진 양심으로부터 나온 힘을 입은 것이었다. 1804년 Church Missionary Society가 시레라리온의 프리타운에 Melchior Renner와 Peter Hartwig을 첫 선교사로 파송하면서 노예매매에 종사하는 유럽인과 대결하게되는 현실을 강조하였다. 그렇지만 노예매매를 하는 자들의 활동을 가능케 한 문화에 대해서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London Missionary Society의 파송을 받아 남아공에서 선교사역을 하며 현지어로 성경을 번역한 Robert Moffat도 아프리카 문화의 심층을 이해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즉 선교사들은 현지인들에 대해 민감성과 동정심을 가졌을지라도, 계몽주의 세계관은 현지인들의 습관과 실천을 의미를 가진 것으로 검증하기보다는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갖게 했다. 이 시기의 선교도 여전히 ‘복음화(기독교화)’와 ‘문명화’가 선교방식의 키워드가 되었다. 문명화는 기독교화의 선봉이며 기독교는 문명화의 기초라는 생각이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서구 문명화의 도덕적 우월성에 대한 의문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로 (1)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유럽 상인과 식민지 정부관료, 군대를 만나게되고 그들의 도덕적 행위는 선교지 사람들의 도덕적 행위에 비해 모범이 될 만큼 나은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다. 따라서 선교사에 의해 지지되던 기독교 문명화의 이상은 동족 유럽인의 행위와 생활태도로 인해 추락하게 되었다. (2) 서구기준을 따라 비서구세계에 교회를 세우는 선교사역에 대해 한 세대가 지난후 평가해 보았을 때, 서구이상을 갖고 세워진 교회는 생동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교회들은 땅에 깊게 뿌리박고 성장하는 나무라기보다 화병의 꽃처럼 생동력을 상실한 교회가 되었다. 교회가 세워지는 과정에서부터 생동력이 상실되었다. (3) 1840-1841년에 발생한 경제 침체로 선교 프로젝트의 외부지원이 중단되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1841년 Church Mission Society의 총무인 Henry Venn은 재정위기를 계기로 CMS는 아프리카와 인도에 선교지향적인 교회를 세우고 가능한 빠른 기간에 자립하는 교회를 세우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ufus Anderson도 미국 선교부에게 같은 정책을 펼 것을 설득하였다. 1850년이 되어서 Venn 과 Anderson의 견해는 많은 선교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들은 선교의 주요 목적이 토착교회를 세우는 것과 회심자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 문화는 발전되어야 하지만 반드시 토착문화와 관련을 맺어야 하고, 외국 선교부의 사역은 자치, 자립, 자전이라는 용어에서 표현된 것처럼 자립하는 교회를 결과로 내놓는 것이었다. 기존 선교관점을 재구성하려는 지적 발효와 시도는 1856년 선교사를 향한 Venn의 연설에 반영된다.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위해 문명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리는 이제 지지받을 수 없다. 문명화가 기독교 발전에 호의적인 요소가 될지라도 기독교의 도입을 위해 필수적인 것일 수는 없다. 문명화는 복음의 선도자가 아니라 결과일뿐이다.” (Venn, Instructions to missionaries, 1856:153). 복음 앞에서 모든 문화는 동등하다는 Venn의 관점은 그의 동시대 사람들의 관점을 흔들어 놓는 급진적인 것이었다.

1854년부터 1893년까지 중국에서 장로교 선교사로 사역했던 John L. Nevius는 토착교회 이론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연구사례를 제공한다. 1886년에 발행된 그의 저서 ‘Method for Missionary Work’에서 Nevius는 선교전략에 대한 그의 개념을 요약하였다. Venn 과 Anderson이 안락의자의 이론가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Nevius는 중국에서 쌓은 선교경험을 토대로 ‘토착교회’ 의 개념를 제시하였기에 그의 이론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대의와 자기희생의 관점에서 모범적인 모델이 되었다. Nevius의 경험은 한마디로 Venn과 Anderson의 이론을 충분히 증명하는 것이었다. 3자 원리(자립,자전,자치)를 강조하는 것외에도 Nevius는 선교사들이 순회사역을 통해 모든 신자들을 그들의 수준에 맞는 성경공부와 신앙훈련을 조직적으로 진행하며, 육체적 필요가 있는 신자들을 기꺼히 돕는 일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였다. 중국에 있는 동료 선교사들은 Nevius의 이상을 거부하였지만, 당시 새로운 선교지로 싹트는 한국에 파송된 초기 선교사들은 그의 이론을 열렬히 받아들임으로써 한국교회의 발전에 기초를 놓았다.

Roland Allen도 1900년 중국에서 발생한 폭동의 배경에 반대하여 ‘Missionary Menthods: St. Paul’s or Ours?’(1912)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알렌은 중국 기독교인들이 자기 동족들로부터 외국인으로 취급받는 현실을 주목하였고, 눈부신 선교사역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실망스러운 증세’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1) 기독교 선교는 외국적이고 (2) 외국자원에 의존적이며 (3) 선교로 세워진 교회들이 자기네 고유문화의 외부에 있는 후원자에 의존적이기에 선교지 교회는 수동적일 뿐 아니라 그들의 후원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예적 태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알렌의 이 지적은 오늘날 선교사들도 후원교회의 욕구를 맞추느라 선교지 교회의 참된 건강을 잃게 만드는 병폐로 작용하는 것과 일치한다. Allen은 건강한 선교의 모델은 각각의 지역 콘텍스트에 맞는 살아 있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사람들을 변혁시키는 성령의 능력이라는 것을 신약성경이 강조하고 있다고 확신하였다. 즉, 선교지 교회가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고, 지배가 아닌 삼자원리가 세워지는 선교사역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1940년대에 선교인류학을 발전시키는 초기 시도가 Kenneth L. Pike와 Eugene A. Nide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은 선교와 인류학과 언어학 간에 관련을 맺는 혁명적인 일을 추진하였고, 1953년 Practical Anthropology가 발간되어 문화, 언어학, 선교방법, 현장 선교사의 관점에서 본 신학 논의를 불러 일으켰다. 선교 인류학자들은 문화분석에 대한 비판적 도구를 사용하여 각 문화를 규정하는 심층적인 가정들을 조사하고 타문화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황화의 단계 (1970–현재): 1960년대에 선교는 위기를 맞이하였다. 400년간 지속되던 서구 식민주의가 종결되었고, 식민지에서 선교로 세워진 현지교회들은 독립을 요구하였다. 근대선교의 제도적인 형식은 노쇠하였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서 역기능을 초래하였고,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 긴장이 증가하였으며, 교회 성장에 집중하던 선교의 노력에 반해 선교의 관심과 에너지를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악을 철폐하는 인간화에 쏟아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졌다. 선교의 위기에 대한 많은 논의가운데서 건설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1956년에 시작된 신학교육(theological education)에 대한 부분이다.

신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인물은 Shoki Coe이다. 그는 전통적인 신학교육의 특정 유형을 무비판적으로 반복하고 모방하는 것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였다. 효과적인 신학교육은 학생들 자신의 사상과 문화의 형식안에서 학생과 복음사이에 진정한 만남(encounter)으로 이끌고, 교회와 주변환경 사이의 살아있는 대화로 인도하는 신학훈련이 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교회의 특수한 문화적, 종교적 환경의 콘텍스트안에서 복음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신학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학교육에서 개혁되어야 할 방향을 여는 두 제시어는 ‘상황성’(contextuality)과 ‘상황화’(contextualization)이다. 하나의 문화적 토양에서 다른 문화의 토양으로 복음을 옮길 때 선교적인 필요로 토착화가 요청되는 것처럼, 신학교육에서 비판적 상황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은 ‘하나님의 선교’의 빛 아래서 콘텍스트를 참으로 의미있게 만드는 중대한 자산이다. 성육신에서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 사이에 긴장이 있음을 볼 수 있듯이, 한국적 생활방식으로 표현되는 문화적 신앙들에 대한 무비판적 동화나 과도한 토착화를 경계해야 한다.

신학교육을 재고하고 개혁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시작한 것이 선교신학의 선교이론을 체계화하는 주제가 되었다. 이 새 주제는 기독교 선교와 관련하여 인류학, 언어학, 성경신학, 선교학의 도구를 끌어내는 요소가 되었다. 상황화는 본질적인 선교의 이슈를 제시하였다. 즉, 하나님의 구원의 사랑과 의도에 대한 보편적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특수한 시대, 특수한 사람, 특수한 문화를 가진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그런 정도의 진지함을 가지고 외부인인 선교사가 특수한 문화적 상황에 어떻게 빠져들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상황화를 적용하는 주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Nida가 소개한 ‘역동적 등가(dynamic equivalence)’의 개념이다. 역동적 등가의 개념은 본래의 언어적-문화적 상황(context)에서 기록된 본문(text)의 메시지를 충실하게 파악하여 오늘날 전적으로 다른 언어와 문화에 놓인 독자들에게 원문이 가진 동일한 의미의 충격을 전달하는 번역원리이다. 상황화에서 역동적 등가의 원리는 회심, 지도력, 교회론, 제자도, 계시, 신학하기, 번역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화속에 있는 교회의 발전에 참여하는 행동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상의 고찰에서 문화와 선교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발견한다. 선교는 항상 특수한 상황(문화) 속에 있는 사람을 향해서 이루어지며, 그들의 문화적 언어로 커뮤니케이션되어야 한다. 17세기의 선교사는 전제주의적인 종교와 문화의 총체적 실체로서 기독교 국가의 대리자로서 선교지의 문화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기독교 메시지도 서구문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선교사가 비서구 지역에 기독교 국가를 재생산하려는 기계적 시도는 실패하였다. 19세기에는 현지교회에게 지도력을 양도하는 것을 주저하는 선교는 토착화 이론을 적용하는 노력을 훼방하였다. 20세기에는 새로운 시도로서 선교인류학과 언어학의 자원들이 적절한 연관을 가지고 상황화에 헌신하는 선교학을 섬기는 일에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실천은 혼잡한 상태에 섞여져 있다. 21세기의 여명기에도 다른 문화에 기독교 국가를 복제하기 위해 열심으로 일하는 선교사를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 한편 토착화 이론과 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교회개척과 프로그램 발전에 헌신하는 선교사들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상황화의 이론을 사역현장에 적용하고 그 이론을 깊이 숙성시켜서 다양한 문화적인 콘텍스트 안에서 교회의 삶의 모든 면을 상황화 하려는 선교사들도 있다. 선교지 교회개척에 열심을 가진 한국교회, 선교단체, 선교사가 지향해야 할 선교 방향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할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기에 우리는 지금 서 있다.

21세기의 세계선교에 공헌하기 위한 한국교회 선교유형의 재창조는 무엇보다 선교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발견한다. 그것은 선교신학의 재정립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선교신학은 선교정책의 방향, 선교사 훈련의 내용 및 현장사역을 결정한다. 즉, 어떤 선교신학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선교의 전체적인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선교신학의 정립 없이는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선교를 하기도 어렵다… 한국교회의 선교는 선교 열정이나 실제 선교현장에서 이룬 사역의 성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독자적인 선교신학이 부재한 선교였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세계 선교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교회의 열정적인 선교사역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선교에 대한 평가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는 선교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결여되어 있거나 혹은 불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니라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서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우리의 선교현장 속에서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복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사회 속에서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복음은 값싼 것이 아니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전도를 더 많이 함으로써 선교의 모든 과업을 완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신자나 교회당의 숫자가 많아지면 선교에 성공했다고 성경은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목적은 우리가 구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가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책임(accountability)이 있다는 것이다. 제자화는 가서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가 아니다. 제자를 만들고 그 제자로 하여금 어떤 것을 하게 하는 것, 즉 제자로 변화되어서(transforming) 그리스도를 닮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복음주의 선교운동은 복음전도 사역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크리스챤을 훈련시키고 제자를 만드는 일에는 약점을 갖고 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행 2:38)는 전도는 많지만, 크리스챤 제자도(행 2:42)에 대한 가르침은 빈약하다. 댓가를 지불하는 제자도가 없는 숫자만의 성장은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기에는 약점이 많다. 더구나 제자훈련의 맥도날드식 이식방법은 제자도가 담아야 할 현지문화의 옷입기와는 큰 간격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무엇이 필요한가? 선교의 새 패러다임은 다시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다시 오실 때까지 제자들에게 주신 대위임명령인 제자 삼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재생산하는 교회를 말씀하셨다. 에베소서에서 교회는 흠 없고 거룩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교회인 우리 스스로가 메시지여야 할 것이다. 교회를 평가를 할 때 불신자에게 교회가 있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야 한다. 한국선교를 평가할 때 우리의 사역을 통하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숫자가 아닌 열매를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일차적인 초점은 제자를 만드는 일을 통해 하나님의 왕국을 세워가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그리스도인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주는 선교방식을 계발해야 한다. 화융(Hwa Yung, 2000:240-241)에 의하면, 아열대의 아시아 지역에 흔히 있는 과일은 바나나와 망고이다. 바나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과일인 반면 망고는 정통성을 가진 아시아의 과일이다. 잘 익은 바나나는 껍데기는 황색이지만 속은 백색이다. 반면 망고는 겉과 속이 동일한 황금색이다. 바나나와 망고의 대조속에는 하나의 비유가 내재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아시아신학은 망고보다는 바나나를 닮았다. 겉은 황색인데 속은 백색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아시아 전반에 걸친 교회의 성장과 도약은 서구교회의 경이를 자아내게 한다. 21세기 기독교의 중심축은 이미 비서구 교회로 옮겨졌다. 그러나 아시아 기독교는 아직도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분명하게 갖지 못하고 있다. 근대사에서 서구문화의 일방적인 지배는 비서구세계의 기독교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고, 그 결과 아시아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고, 종교적 신앙의 객관적 진리를 부정하는 계몽주의의 규범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다원종교의 논쟁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이 지닌 절대성에 대한 확신을 상실하였다. 웰스의 ‘순례적 원리’와 ‘토착적 원리’ 사이에 심각하게 발생하는 상황화는 자신감에 있어서 이중적 회복, 즉 복음에 대한 확신과 자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신감의 회복을 요구한다. 그럴 때 기독교는 복음이 전파되는 문화의 토양에서 충만하게 성육신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선교신학의 아젠다를 비서구세계가 직면하는 문제에서 도출하여 씨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비서구 기독교는 서구교회가 직면하는 아젠다를 가지고 무모하게 비서구교회의 것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결과 비서구교회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많은 이슈들이 잊혀지고 무시되었다. 한국교회의 선교신학이 주목해야 될 주제는 토착화 또는 상황화의 이슈이다. 지금까지 서구교회가 문제 삼은 상황화 또는 토착화의 주제는 비서구교회에는 부적절한 것이어서 비서구교회의 상황에서 제기되는 질문과 이슈를 언급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한국교회도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교회 자신의 반성과 아울러 세계선교에 참여함으로써 제기되는 토착신학을 계발할 필요가 있다. 상황화나 번역의 과정 없이 복음이 다른 문화나 상황속으로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선교사적 상황에서 성숙한 교회가 되는 표지는 단순히 자전, 자립, 자치가 아니라 자기신학화를 포함한다. 자기신학화는 자신의 고유문화와 역사와 상황안에 뿌리를 둔 주체적 신학을 계발하는 능력이다 (Bosch 1991:451f). 복음의 상황화 없이는 교회가 결코 그리스도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센스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토착신학 또는 상황화신학이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은 해석학과 조직신학이다. 여태까지 비서구교회는 주로 서구세계관의 관점에서 성경을 해석해왔다. 그러나 성경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서구신학자들이 만든 주석을 보완해줄 비서구적인 관점에서의 주경연구가 요구된다. 아시아 문화속에 담겨 있는 풍부한 해석학적 방법론과의 통합을 통해 적절한 아시아인의 기독교 해석학이 발달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시아 문화와 종교적 사상과의 깊은 상호작용을 할 때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다. 선교신학의 아젠다를 정할 때 적절한 조직신학의 형식을 요구한다. 아시아의 신학교에서 서구신학자들에 의해 쓰여진 조직신학서를 사용할 때 낯설음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구 조직신학서의 배후에 담긴 서구적인 전제를 기초로 제기된 신학적 질문은 아시아 토양에서 제기되는 질문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 결과 기존의 신학적 대답은 아시아 상황에서 제기되는 실제적 질문과는 전혀 무관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선교는 선교지의 신학적 아젠다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해답을 모색하고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건강한 선교지의 교회와 신학을 세우는 일에 중요한 기초를 놓는 작업이 될 것이다.

다섯째, 문화와 타종교에 대한 적절한 기독교 신학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서구 문화에 접근하던 서구 기독교인들은 ‘동화’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국과 인도의 문화적 개념과 사상에 과도하게 동질화되었던 선교방식), ‘거부’ (19세기 서구 선교사의 선교방법론), ‘협약’( 모든 종교는 본질적으로 같은 진리에 이르기 위해 다른 길을 사용하고 있다는 종교적 다원주의), ‘대결’ (극단적인 영적 전쟁론) 방법론 중의 하나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적절한 기독교 접근은 모든 문화와 종교에 담겨있는 선과 악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악한 것은 버리되, 선한 것은 긍정하고 복음의 다리로 사용하며 나아가 적절한 토착신학과 통합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아시아 문화와 종교 전통에 대한 깊은 연구를 요구할 뿐 아니라, 성경적 관점에서부터 변증적이고 대화적인 연구의 발전을 요구한다. 아시아 기독교 학계의 약한 부분 중 하나는 아시아 종교를 전문적으로 잘 알고 있는 학자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아시아의 네 가지 주요 선교지역은 불교권 (스리랑카부터 일본까지 관통하는 지역), 유교권 (중국와 한국), 힌두교권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이슬람권 (서부와 중부 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이다. 이 네 가지 종교영역권이 결합된 지역이나 도전세력은 미전도 종족과 언어 그룹에서 보아도 가장 크고 강렬한 곳이다. 이 도전에 대응하는 선교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2. 선교사와 전도자들은 동화, 거부, 협약, 대결 등 옛 선교방법론 중 하나를 자동적으로 채택하여 사용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종교와 문화에 대한 적절한 신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선교사는 선교신학을 발전시켜야 하는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토착문화에 복음을 성육신시키는 작업을 할 때 아시아인들은 크리스챤이 된다는 것이 문화적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3. 이상의 관심이 도출하는 한 가지 길은 타종교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춘 다수의 기독교 선교 연구센터를 아시아에 세우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발전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타종교가 지배하는 지역에서 기독교는 종교적 소수그룹으로서 박해받는 일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리랑카와 미얀마의 전투적 불교집단의 핍박, 인도에서의 전투적 힌두교의 부상, 무슬림 세계를 관통하는 이슬람 세력의 기독교 박해는 앞으로도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런 지역에 존재하는 기독교회의 안녕과 생존, 그리고 종교적 소수의 인권과 자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만 한다.

두번째 발전은 타종교 학자들의 수가 더욱 증대하고 있고 그들은 더욱 현학적이고 사변적인 변증을 계발하고 있으며 자기들의 신앙과 신앙체계를 그들의 전통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증거하는 이론들을 왕성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말레시아 정부는 수백명의 이슬람 포교자들을 중동이나 서구의 대학에 있는 이슬람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공부한 이슬람 학자들은 서양과 서양 기독교의 도덕적 쇠퇴와 파산상태를 자신있게 천명하고 미래의 대안은 이슬람에 있다는 연구서를 출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들은 말레시아를 이슬람 이미지로 재단장하는 길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불교학자들도 기독교를 포함한 다양한 유신론보다 더욱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기초위에 불교를 확장하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포교를 하고 있다.

1990년대에 싱가폴에서 가장 성장하는 종교는 불교임이 인구조사에서 밝혀졌고, 스리랑카에서는 대법원이 개종금지법을 승인하는 등 정부의 정책하에서 기독교 박해를 강력하게 진행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기독교에서 타종교와 관련된 변증서, 그리고 기독교 신앙과 사회윤리, 국가건설, 아시아가치 대 서구가치 논쟁 등 변증적 이론서를 출간하는 일은 매우 드문 현실이다. 한국선교는 교회당을 건축하고 개종자의 숫자를 부풀리는 데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기독교 선교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복음이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임을 선포하는 적극적인 변증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1세기 한국선교는 경건한 학문과 거룩한 삶의 결합을 통해 변증하는 책임을 감당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아시아교회의 일원으로서 한국교회는 21세기 세계선교의 중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 도전은 무엇보다도 한국 기독교의 성숙을 요구할 것이다. 그 성숙은 기도, 헌신, 희생, 삶의 거룩함, 사역에서의 신실함을 통해서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업은 또한 진지하고 경건한 신학적 학문에 의해 크게 촉진되고 향상될 것이다. 21세기 세계선교의 과업을 용기 있게 직면하고 감당하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