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의 선교경험을 가진 필자가 선교현장에서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선교적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 고뇌에 찬 글이다. 서구에서 밀려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무작정 따라가는 전철을 중지하고 한국교회가 먼저 이루어가야 할 새로운 유형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글이라 생각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지구촌의 상황변화에 따른 선교적 패러다임의 전환은 필수이며, 무엇보다 우리에 맞도록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응답자로서 본인은 21세기에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들을 열거해보고 여기에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어떻게 선교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인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선교 패러다임의 변화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 승천하신 후 오순절 다락방에서 시작된 선교는 시대에 따라서 방법론을 바꿔가며 여기까지 왔다. 1790년경에 시작된 근대 선교운동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210여 년간 지속되어 왔는데, 각 시대의 상황과 특징에 따라서 선교전략이 달랐음을 볼 수가 있다. 

 근대선교를 세 시대로 구분하는데, 첫 시대는 근대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암 케리(William Carey)에 의해 시작된 해안선교시대(1792-1910)이다. 이때 선교에 동참한 교회들은 주로 구라파 교회들이었다. 두 번째 시대는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에 의해 시작된 내지선교시대(1865-1980)이다. 내지 선교에 주로 동참한 교회들은 북미주 교회들이었다. 세 번째 시대는 도날드 맥가브란(Donald A. McGavran)과 카메론 타운센드(Cameron Townsend)에 의해 시작된 숨은 족속(Hidden People) 또는 미전도 종족(Unreached People) 선교시대(1934년- 현재)이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선교방법도 달라진 것을 보면서 21세기에 전개될 선교환경을 미리 예측해보고 그 환경에 맞는 선교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비서구교회의 선교 패러다임

세계교회는 20세기 후반부를 지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서구 기독교가 단연 우세였으나 20세기 말에는 비서구 기독교가 2/3를 차지하게 되었다. 비서구기독교의 성장 중에서도 특히 오순절 계통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들 중에서도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의 오순절 계통 교회들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정통적 교파들의 성장은 미미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선교 역시 서구에서 비서구로 옮겨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974년 로잔대회 당시 서구 선교사 수가 6만 명인데 반해 비서구권 선교사 수는 50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9년 현재 서구 선교사 수는 1.67배 증가한 10만 여명인데 반해 비서구 선교사는 무려 300배가 증가한 15만 여명에 이른다. 서구교회들이 자유주의신학과 다원주의의 영향으로 선교를 등한히 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선교 패러다임

오늘날 세계의 변화와 더불어 교회와 선교의 변화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통적인 모델이 쇠퇴하고 새로운 모델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회당 형식도 변하고 있고 예배당 안의 장식도 변하고 있다. 뾰족한 십자가가 붙어있는 삼각형의 종탑은 고전적인 것이 되어버렸고 높은 강단과 크고 장엄한 강대상은 유물이 된 듯 이제는 강단도 낮고 강대상도 간단한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예배형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소리에 예배가 시작이 되는 엄숙한 예배분위기는 사라져 가고 드럼과 박수를 치면서 축제적인 예배형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선교도 전통적인 목사 선교사에서 평신도 선교사, 전문인 선교사들이 대거 파송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의 교회와 선교환경은 더욱 변화하고 달라질 것이다. 변화될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서구교회 중심에서 2/3세계교회 중심의 선교로 

이미 앞에서 열거한 대로 선교의 무게중심은 서구교회에서 2/3세계교회로 이동하고 있다. 로렌스 케이스(Lawrence Keyes)는 "선교운동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 세계복음화의 초점은 제삼세계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였다. 레드 페이트(Larry D. Pate)는"서양 선교사와 제삼세계 선교사가 함께 증가 추세에 있지만 제삼세계 선교사의 수가 서양 선교사의 수보다 다섯 배나 더 큰 성장을 보이고 있고 2,000년대에 이르면 제삼세계 선교사의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수적 증가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서양선교사를 앞설 것이다"라고 하였다.

21세기 초반부터 그 뚜렷한 증후군이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서구선교를 심히 위축시키고 있다. 선교지마다 서구인들에 대한 분노와 테러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선교지에 있는 서양선교사들이 철수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또한 서구교회 성장의 둔화는 서구선교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반면 제삼세계 교회의 성장은 선교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2. 교파 중심의 선교에서 초교파 중심의 선교로 

전통적인 선교는 목사를 선교지에 파송하여 교회나 신학교를 세워서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목사 선교사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늘어가면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전문인 선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전문 인력을 훈련하여 보내는 일은 전통적인 교단보다 초교파적인 선교단체가 더욱 용이하다. 또한 다양한 사역들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경우, 2003년 3월 현재 63개 교단에서 파송한 선교사 수는 49%(5,748명)이고 초교파 선교단체에서 파송한 선교사는 51%(5,866명)로 초교파 선교단체가 앞서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 성직자 중심의 선교에서 평신도 중심의 선교로 

초교파 선교단체의 증가는 평신도 중심의 선교로 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전도 종족 선교를 지향하고 있는 21세기의 선교전략을 보아도 평신도들의 활약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전도 종족 선교는 전문 인력을 가진 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곳은 목회자가 들어갈 수 없는 사역지이기에 평신도 사역자들이 들어가서 사역해야 한다. 특히 여성들의 선교의 참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 짐에 따라서 선교의 참여도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평신도의 선교는 21세기 선교환경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선교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4. 거주 중심의 선교에서 비거주 중심의 선교로 

세계의 정세 및 선교환경의 변화로 선교사의 입국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선교지에 거주할 수 없다고 선교를 중단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거주가 가능한 지역에 가족을 두고 거주가 불가능한 지역의 비자가 가능한 기간을 이용하여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다. 현재는 비거주 선교가 많지 않지만 날이 갈수록 이러한 방법이 늘어갈 추세다. 

5. 오프라인(Off Line) 선교에서 온라인(On Line)선교로 

그 동안은 꼭 사람이 가야만 선교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통신을 이용하여 인터넷 선교가 가능해졌다. 즉, 사람을 만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하여 온라인 상태에서 복음을 접하고 예수님을 영접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인터넷 교회가 만들어져 온라인 상태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도 온라인 선교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지금은 미미할지라도, 쉴 줄 모르고 시간이 다르게 발전해 가는 정보통신은 온라인 선교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6. 나라선교에서 종족 선교로 

선교를 영적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군대에서 전략을 세워 전쟁을 하는 것처럼 선교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선교사를 선교지 나라로 파송했다. 그 결과, 선교사가 한 나라에 집중되기도 하고 또한 복음화 율이 높은 도시에 많은 선교사들이 사역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나라로 보내지 말고 그 나라에서 복음화 율이 낮아서 선교사를 필요로 하는 미전도 종족에게 보내는 전략이다. 20세기 중반부터 이러한 종족선교가 시작되었으나 그 효과가 저조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이러한 종족선교가 정착될 전망이다. 요사이 한국에서는 배치 및 재배치 전략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기존 선교사들을 미전도 종족으로 재배치하자는 논의인 것이다.

21세기의 다양한 도전들을 바라보면서 교회와 선교단체, 그리고 선교사들이 여기에 맞는 선교 패러다임을 찾아내고 적절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