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포럼 2004-28: 도시 선교자원의 동력화를 위한 선교사의 역할 (김종국 원장)

이제 청년기에 들어선 한국교회의 선교는 양적 선교에서 벗어나 질적 선교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해도 한국교회의 여러 교단과 기관에서 세계선교에 대해 자성하는 입장의 전략회의와 포럼들이 열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선교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대처와 효과의 극대화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한국선교는 전략적인 면에서 허점이 많았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국부적 공략에 그침으로 전력이 분산되었고 전략적 접근이 깊게 뿌리내리기보다는 일시적이고 요란한 변죽만 울리는 전열의 낭비를 겪고 있는 점은 깊게 재고해봐야 할 일이다.

필자는 전반기 14년간 농촌과 소도시의 신학교 사역을 통해 목회자를 양성함으로써 인니의 교회가 없는 지역에 교회를 세우는 일에 주력해 왔다. 농촌 목회자 양성은 비교적 손쉬운 인력에게 저렴한 투자를 통해 교회개척의 열정을 가진 전도자로 양육함으로써 선교지의 복음화에 실제적 동력을 제공하는 사역이다. 이슬람 지도력의 도전을 받고 있는 선교지 교회의 지도력 향상은 상당히 시급한 사안이다. 현지의 기독교기관마저 이슬람 지도력에 의해 운영될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수위에까지 와 있다. 또한 현지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위해서는 목회자와 함께 교회를 섬길, 잘 준비된 평신도 지도자 육성이 필요하다. 수도 자카르타로 옮겨 개설한 선교학대학원은 고급 교수인력을 육성하고 평신도 지도력을 개발하려는 목적의 야간반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수도에서 접한 후보자들은 잘 준비된 인력으로 불 붙이는 작업만 남은 잠재력 있는 자원들이었다. 또한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연결된 수도권 중상층을 대상으로 한 성경공부는 기대 이상으로 복음의 확산을 가져왔다. 말씀의 적용을 통해 습관적인 교회생활에서 개인적인 신앙생활로 바뀌고, 변화와 함께 복음을 나누려는 의지로 충만해 있었다. 도시선교의 가능성과 영적자원을 동력화하였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실감한 것이다. 선교지하면 오지만을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많은 선교사들을 도시선교에 뛰어들지 못하게 했고, 그 결과 수도권 선교의 잠재적 가능성과 그 자원개발에 늦은감이 있다. 이에 급변하는 선교환경 가운데 그간 다소 멀어져 있었던 도시선교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준비함으로써 국가를 점령하는 추수전략이 되기를 바란다.

급변하는 이 시대에 주목해 보아야 할 변화가 곧 도시화 현상이다. 일찍이 토인비는 ‘미래는 하나의 거대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인구 증가는 모두 도시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며, 도시의 인구 증가와 함께 대도시가 급증하고 있다. 도시는 교통, 통신, IT 산업의 발전과 함께 인구가 모여들고 있다. 도시화 현상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집중화 현상이다. 인구, 경제, 정치, 교육, 기술 등이 수도를 비롯한 몇몇 대도시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Dennis Clark 박사는 도시의 특징을 몇 가지로 지적하는데, 농촌에 비해 원(마을)의 사회가 아니고 선(도로)의 사회이며, 협동보다는 질서가 미덕이며, 농촌의 전통성, 폐쇄성, 보수성에 비해 도시는 근대성, 개방성, 진보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시골이 전원적인 자연 사회인데 비해 도시는 인위적 인공 사회이며, 윤리공동사회가 아닌 이익공동사회로 가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집합주의에서 자유주의로, 권위주의에서 현실주의로 이동한다. 이런 변화들을 선교적 관점에서 볼 때 도시화가 가져온 개방성과 개인주의, 현실주의는 선교에 오히려 좋은 대화의 접촉점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제3세계 도시들은 대부분 도시 종주성(urban primacy)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종주도시(primate city)란 특정한 국가에서 한 주요도시가 나머지 다른 도시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면서 모든 면에서 다른 도시를 압도하는 도시를 말한다. 대도시들은 규모면에서만 중소도시나 농촌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다. 대도시들은 다른 도시보다 많이 발전했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으로 지배한다. 그 결과 특정한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 나라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도시는 엘리트 가정들과 지식인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로 계속해서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경제와 교육을 이유로 대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소위 아노미(사회적 무규범)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아노미 현상은 기존의 종교적 질서를 흔들어 상대적으로 타 종교에 대해 개방적이 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도시에서는 농촌의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선택과 의지가 가치를 가진다. 이와 같이 복음전도의 용이한 환경이란 점과 타 도시 파급효과 면에서 대도시, 특히 지도층 그룹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것은 그 나라 전체를 복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Roger S. Greenway가 “반석 위에 굳건히 서서 시대를 잘 분별하는 선교사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 변하지 않는 말씀에 굳건히 서서 (주님의 관점으로) 변하는 이 시대를 민감히 대처함으로써 가능한 최대한의 선교 인프라(infrastructure)를 구축해서 지상명령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선교는 결국 하나님의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요3:16). 개인의 구원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개인은 독립되기보다 사회의 일부로 이해될 수 있다. 즉, 개인은 ‘종족’이나 ‘종족집단’의 일부로서 정체성을 가진다. 이러한 집단성을 파악하는 것도 현대선교의 중요한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종족’이라는 말이 그 집단성의 내용이라면, ’도시’는 다수의 사회, 집단들과 개인이 처한 외적인 상황을 설명한다고 보인다. 그래서 도시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도시를 사회계층별로 분류하는 선교전략보다는 종족의 프리즘으로 보면서 선교전략을 구상하는 것이다. 즉, 공통분모를 가진 종족의 핵심 가치관에 기본을 두고 프리즘에 비친 다양한 계층의 이해와 필요을 받아내는 다양한 전략적 접근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과 인간집단이 처한 환경에는 늘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변화 중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교통과 통신의 발달, 그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와 삶에 대한 기대치의 향상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도시로 밀려오는 그 영혼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것인가도 이 시대의 중요한 선교과제 중 하나이다. ‘선교’하면 정글을 생각하는 고정관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콘크리트 정글’로서의 도시, ‘새로운 변방’으로서의 도시를 인식함으로 21세기 선교 국면의 전환을 이해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이 시대에 걸맞은 선교의 다양한 방법과 인프라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의 선교는 피선교지에서 선교사 파송국으로 전환되었을 뿐 아니라, 그 규모도 세계 3위 권으로 부상하였다. 규모면에서 갑자기 성장하면서 한국선교사의 사역과 선교지의 역할에 대한 전반적인 파악이 필요하게 되었다. 한편 한국선교사의 수량적 증가와 함께 갈수록 동일한 곳에서 동일한 사역을 전개하는 중복과 낭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선교사가 어떤 전략과 정책을 가지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역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교사들이 언어와 문화 습득을 위해, 그리고 자녀교육을 위해 대도시에 거주하고는 있지만, 도시 속에 있는 자원을 선교적 관점에서 차별화해서 보는 시각과 도시를 중요한 사역지로 보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선교는 초대교회 때부터 사용된 성경적인 선교전략이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사도 바울의 선교는 각 지방의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바울의 선교는 도시교회인 안디옥교회(행13:1- 14:28)에서 시작하여 빌립보(행6:4-40), 데살로니가(행17:1-9), 고린도(행18:1-7), 아덴(행 17:16-34) 등 지방의 중심도시를 먼저 공략하였으며, 후에 그 도시의 신흥 교회들이 주변지역을 전도하게 된다. 바울은 그의 선교사역의 결실로 다양한 지역에 세워진 도시교회들을 수신자로 하는 신약 서신서들을 썼는데, 빌립보서, 데살로니가전후서, 고린도전후서, 로마서, 에베소서, 갈라디아서, 골로새서 등이 그것이다.

21세기 선교사역의 효율성을 위해 선교지로서의 도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된다. 주먹구구식 사역(현지인이 할 수 있는 사역)으로는 세계복음화의 과업에 오히려 거침돌이 될 수도 있다. 선교현장으로서의 도시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도시의 역사적 배경, 지리적 특징과 위치, 문화, 경제적 상황, 교육, 복지, 교통, 통신과 정보 등을 깊이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도 총체적 선교의 시대에 우리 한국선교사들이 반드시 준비해야 할 사안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선교지의 여러 도시에서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도시의 급격한 팽창이 농촌의 황폐화를 대가로 지불하면서 도시와 농촌의 격심한 차이를 낳고 있다. 도시선교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는 타종교의 도전, 이단운동, 무교, 우상숭배, 세속적 물질주의와 상업주의 등이다. 선교사들은 도시의 이런 다양한 문제들과 현상들을 연구하고 분석함으로써 적절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도시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선교대상에 따라 3종류로 대별할 수 있겠다. 첫째, 디아스포라 선교사들, 즉 한인 목회자들로 사역의 주 대상은 한인들이다. 한인 그리스도인들을 양육하여 궁극적으로는 선교지의 영혼 구원에 쓰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민 1.5세와 2세는 선교지 타 종족 선교의 접촉점이 되므로 큰 선교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들에게 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동시에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다수종족을 향한 선교의 준비작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장래 선교지 지도력의 산실인 대학과 학원사역의 접촉점을 한인교회의 청년들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선교적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인교회 목회자는 선교지 문화의 이해나 선교 비전, 현지어 습득 부족으로 인해 선교지 교회의 진정한 필요를 보지 못하고 현지 지도력과의 협력관계에 서지 못한 채 기껏해야 물질지원만 하는 것에 그침으로 엄청난 선교자원인 평신도들의 선교참여 기회와 물질이 비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인 디아스포라의 선교자원은 앞으로 한국선교가 진지하게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중요한 숙제라 말할 수 있다.

둘째, 소수 미전도 종족 선교사이다. 도시내의 소수종족의 삶의 터전은 주종족의 언어와 문화, 사회구조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적응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동시에 이들은 자신의 출신종족과의 긴밀한 연관과 정체성을 가지므로 이들에게 선교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언어와 문화를 매개로 해야 한다. 소수종족은 출신지역을 중심으로 혈연관계를 유지하므로 관문도시(gateway cities)와 출신지역의 연계사역이 매우 중요하다. 현지인들을 통해 소수 미전도 종족 거주지로의 접근을 시도할 수도 있다. 즉 주종족을 통해 소수종족을 제자화하여 현지인 선교사로 사역케 하는 것이다. 관문도시가 미전도 종족 선교를 위한 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셋째, 도시의 주종족 대상 선교사이다. 대도시의 주종족 집단은 그 도시의 사회권력구조나 재력에 있어서 중상층을 점하고 있지만, 선교사들은 그들이 선교에 대해 배타적일거라는 막연한 짐작 때문에 소극적인 자세를 가지기 쉽다. 선교사는 그들의 사회적인 구조의 틀 안에서 자리 매김을 하는 성육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선교사들이 아직도 반복하는 실수는 한국교회의 사고와 문화와 방법을 무의식 중에 선교현지에 이식하려는 시도이다. 선교사는 현지인의 눈과 마음과 영혼으로 그 사회와 사람들과 하나님의 도래를 바라보고 섬겨야 한다. 도시를 얻고 선교지를 얻고 세계를 얻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하기 위해서 선교지의 중심부에서 사역해야 할 필요성을 필자는 통감한다. 선교지의 주종족들이야말로 선교의 귀한 자원으로서 선교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영혼들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들을 어떻게 동력화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경우를 보자. 그곳의 선교자원으로 한인 디아스포라의 막강한 자원(인적, 물적, 영적)이 있다. 자카르타에 20여 개의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가 있고 저마다 인니선교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중국계 인도네시아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자원으로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은 숫자적으로는 소수종족에 해당되지만 높은 경제 및 교육 수준에 걸맞은 인적 자원이 인니 기독교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중국인에 대한 반감과 이슬람과의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복음화 활동이 위축되곤 하지만 한국선교사를 통해 그 가능성이 동력화 되고 있다. 우리의 선교대상은 약하고 가난한 자들이지만, 세상적으로 실력 있는 자들을 통해 그들을 복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선교지에서 한국선교사들이 찾아 개발해야 할 도시선교의 자원이란 무엇일까?

첫째, 영적 자원의 개발이다. 이것은 선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중요한 몫이다. 영적인 실력을 키우고 도덕적 모범을 보이며 선교사 자신이 전문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별히 현지인들의 영적인 멘토(mentor)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현지인들은 한국교회의 부흥과 영적자산을 배우고 따르기 원한다. 그것을 위해 우선 현지어 구사에 능통해야 한다. 좋은 의사소통 능력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깊은 영적 교제를 가능하게 한다. 그들은 우리가 물을 건너와서 자기네 말을 배우고 복음을 전한다는 사실 자체에 감격한다. 선교사들은 영적 모델로 뭔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자로 기대된다. 선교사는 할 수만 있다면 선교지의 영적 리더십의 주류(main stream) 속에 들어가 영향력을 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선교사가 현지교회로부터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 받을 때 가능하다. 그것은 또한 선교사를 그들과 동일한 영적인 정서와 비전을 가진 동료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자로 여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선교사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의 문화, 정치, 경제 등 모든 면을 성실히 공부하고 관심을 가짐으로써 그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같이 일상사를 논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김을 받아야 한다. 잠깐 있다가 떠날 외국인이나 임시 대사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장기간 혹은 평생 동역할 수 있는 헌신의 자세와 현지 복음화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사례로, 필자가 간헐적으로 섬기는 인니 기독실업인 성경공부반을 통해 평신도그룹이 어떻게 복음화에 동력화 되었는지 나누고자 한다. 첫 사례는 인니 Mission 성경공부 팀이다. 기독교 실업인으로 구성된 이 성경공부반은 매주 수요일 출근 전 아침6시30분에 자카르타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10여명이 모여 성경공부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약 40여명이 모이고 있다. 놀라운 일은 이들이 성경공부 내용을 가지고 자신들의 사무실에 돌아가서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직접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ABC그룹’의 성경공부 운동이다. 특히 이 Mission 성경공부는 매월 1회 화요일 저녁에 힐튼호텔에서 친구초청전도 디너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에서 선포되는 말씀과 간증으로 많은 자카르타의 기업인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있다. 디너 티켓은 성경공부 멤버들이 5- 10장씩 자신의 돈으로 구입해서 한달간 전도할 대상을 놓고 기도해서 결실을 맺곤 한다. 기업인들 중심의 이 성경공부 모임은 수라바야(제2도시)와 반둥(제4도시)으로 확산되었고, 지난 9월부터는 발리의 수도 덴파사르에서도 시작되었다. 대부분 자카르타에서 양육 받은 리더들이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드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아침에 비행기로 반둥, 수라바야, 발리까지 날아가서 성경공부를 인도한다. 그리고 오지인 깔리만딴과 수마트라 등지로 전도여행도 자주 나간다. 이렇게 기업의 총수들이 복음의 전선에 나서고 있다. 이 성경공부 리더 멤버가운데 현재 5명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신학공부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멤버들은 자신의 집에서도 성경공부반을 운영하고 있다. Mission 멤버인 리뽀그룹 총수 제임스 리아디도 자신의 가정에서 매주 토요일 아침 강해식 성경공부를 인도하는데 매번 80-100명의 중국계 기업인들이 성경공부를 참석하여 은혜를 나누고 있다.

둘째, 물적/재정적 자원의 개발이다. 한국선교사들은 대부분 한국교회나 미국교회 아니면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실은 선교지, 특히 수도나 대도시에는 상당한 재력을 가진 현지인 신자들이 많다. 특히 외국에서 유학을 했거나 대기업이나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그룹의 젊은이들이 복음을 영접하면 놀라운 변화와 아울러 자국의 복음화를 위해 물질로도 헌신하는 모습을 본다. 필자가 4년 전 자카르타에서 작은 성경공부 모임으로 시작한 그룹이 결국 교회가 되어 개척한지 3년 만에 자립하고 필자의 제자로 공인회계사였던 다니엘을 목사로 안수해서 사역을 맡겼다. 지금은 교회의 자립뿐 아니라 많은 시골의 미자립 교회들을 돕고 건축을 지원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그리고 1년 반 전에 필자가 개척한 아가페교회는 현재 약 50여명이 모이는데, 재정의 70%이상을 자국선교에 할당해 미자립 교회의 지원과 교회건축과 구제에 열심으로 섬기고 있다. 교인들의 대부분이 자카르타의 중산층인데, 말씀을 통해 양육 받은 그들은 주님을 위해 기쁘게 물질을 사용하고 있고, 성탄절에는 주위의 불신자들을 대상으로 이름없는 선물꾸러미를 돌리고 부랑자시설을 방문하며 이슬람권에서의 선교를 감당하고 있다. 준비되어 있으나 기회가 없었던 잠재력을 성경공부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동력화 할 때 교회와 선교에 큰 유익을 가져옴을 경험했다. 도시편중 시대에 도시교회가 한 나라의 복음화를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셋째, 인적 자원의 개발이다. 대도시는 그 나라의 가장 뛰어난 인재가 다 모이는 곳이다. 특히 대도시는 세속화 물결과 가치관의 변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지방보다는 종교적 긴장을 덜 받는 곳이다. 비교적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고 개인의 능력이 인정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도시화에 따른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인해 가정이 깨어지고 전통적인 가치관의 붕괴 등으로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당면해 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상담해주는 것은 그들에게 복음을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접촉점이 된다. 선교사가 그들의 가정문제를 도와줄 때 복음을 쉽게 영접하게 되고 영적인 훈련과 양육을 원하게 된다. 가정사역을 통해 준비된 인적자원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동력화 할 수 있다.

지난 여름, 미국에서 단기선교 팀으로 오기로 예정되었던 의사들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못 오게 된 적이 있다. 급기야 우리 현지 교인들로 구성된 의료팀이 대신 오지를 다녀오게 되었다. 그 일을 통해 얼마나 은혜를 받았는지 언제 다시 의료선교를 가느냐고 다그칠 정도이다. 기회가 없었고 동기부여가 안 되었을 뿐이지 현지교회 안에 상당한 저력이 이미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준비된 인력의 동력화를 목표로 평신도 선교자원 개발을 위한 선교학 석사과정을 매주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2년 과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선교지의 수많은 준비된 선교자원을 발견하고 양육하여 파송하는 일이 우리 선교사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문적인 기관이나 하드웨어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선교지의 인적 자원을 개발하고 양육하여 하나님 나라 건설의 역군으로 세우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엄청난 재정을 선교지에 투자하면서 진행되는 한국교회의 선교형태는 사역효과 면이나 경제적 지속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현지에 선교센터를 지어 주도적인 사역을 펼쳐가는 것도 좋지만, 하드웨어에 제한되지 않을 때 선교사가 넘나들 수 있는 영향력의 지경은 오히려 더 넓어질 수 있다. 인적자원의 개발은 생명력의 교감이며 훈련과 영적 영향력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다. 선교사는 현지의 인력을 그곳 복음화를 위한 자원으로 양성하고 비전을 심어 줌으로써 선교사의 체류 유무와 상관없이 효과적으로 지상명령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인니에서 사역하는 동안 줄곧 마음 속에 품었던 질문이 있다. 언제까지 선교지 교회가 외국교회(선교사)의 도움에 의지해야 할까? 자립선교의 원칙을 가르치고 적용하려고 하지만 받는 것에 익숙한 이들의 의존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식민정치의 산물로만 이해하기에는 끝없이 연약한 교회로 남을 승산이 크다. 선교에 필요한 인적, 물적, 영적 자원이 과연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나라에는 없을까? 언제까지 한국교회나 디아스포라교회에 의존할 것인가? 한인 디아스포라교회와 피선교지교회 리더십과의 연합으로 선교의 동력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 나라의 리더십 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비전을 나눔으로 그들을 선교에 동참시킬 수는 없을까? 사실 이것은 필자뿐 아니라 모든 선교사들의 고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포럼에서 이 본질적인 과제들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바람직한 미래의 선교를 향한 지도(road map)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의견들이 제시되기 바란다. 또한 우리 선교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도전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들도 함께 토의되기 원한다.

선교지의 지도자들이 복음화의 자원으로 사용되지 못한 원인이 우리 선교사들의 사역과 역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나는 현지인들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며 그들을 도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가? 혹 우리가 접근하기 쉽고 물질의 힘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하고 열악한 오지에만 우리의 사역의 지경을 한정하지는 않았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으나 공허한 도시 영혼들의 아우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부자 청년을 바라보며 민망히 여기시던 주님의 심정이 우리에게도 있는가? 이 시대의 나아만 장군이나 진젠돌프나 아리마대 요셉 같은 지도층의 영적 필요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기도의 끈을 죄고 있는가?

내 사역의 궁극적인 관심(우선순위)은 어디에 있는가? 나의 사역을 통한 외형적 결실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은 그들의 영적 성장인가? 나의 군림인가, 아니면 그들의 자립인가? 눈에 보이는 사역의 열매도 중요하지만, 세례 요한이 모범을 보인 것처럼 들고 즉 자신의 사명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우리 선교사들은 사역의 열매가 나타나야 한다는 사전적 포맷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가시적 결실에 사역의 목표와 초점을 맞추는 유혹을 받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선교사의 역할은 현지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통해 나타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이끌어 하늘의 무수한 별을 보이시며 큰 민족을 이룰 비전을 보여주셨듯이 그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자국과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비전을 보게끔 영적인 눈을 뜨게 하고 궁극적으로 주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워가는 것이다. 선교지에 엄청난 하드웨어를 투자해놓고 기업적인 선교자산 때문에 운영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안식년도 가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선교사들이 이제 그만 나타나기 바란다. 진정한 선교사는 세례요한처럼(마3:11) 겸손한 자세로 주님이 현지인들에게 점점 더 큰 자리를 차지하시고 자신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게 함으로써 현지인들에게 새로운 사역의 장을 열어주는 비전 메이커로서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선교사는 선교지의 사역에 있어서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수로서, 캠퍼스 사역자로서, 목회자로서, 기타 어떤 유형의 선교이든 그 분야의 전문성을 현지인들로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 특히 도시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는 사역 유형별 지식뿐 아니라 세분화되고 차별화된 전문성과 선교의 대상집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문성은 도시선교의 승패를 가름한다. 선교사들이 전문성을 인정 받을 때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다. 영적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안식년에는 차기사역을 위한 자기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선교지의 기독교 리더십과 전혀 관계없는 사역의 장을 펴고 한국교회나 후원교회와 사역하는 현상, 또는 현지인들이 할 수 있고 마땅히 그들이 해야 할 일에 고급인력 선교사를 투입하는 것은 전혀 창의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한다. 피동적인 의미가 아닌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의미에서 선교사들은 못생긴 나무가 되어 선교지의 산을 현지인과 함께 가꾸어가는 동반자로 남고자 하는가? 아름답고 잘생긴 나무가 되어 팔려가기를 기다리기보다 묵묵히 선교지의 산을 현지인들과 함께 지키며 개발하려는 의지가 우리에게 있는가? 박사학위만 받으면 선교지를 떠나는 선교사들을 향해 “우리는 당신의 논문을 위한 실험실입니까?”라고 항의하는 현지교회의 입장을 이해하는가? 선교사의 평생을 드리는 선교를 위해서는 자녀교육을 비롯한 불확실한 미래의 문제들을 진지하게 다루는 한국교회의 제도적 대안과 돌봄(care)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관점으로 영혼을 바라보자. 범죄로 말미암아 심판 받을 수밖에 없는 소돔성을 위한 아브라함의 부르짖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판보다는 축복을 베푸시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인내와 자비를 아는 아브라함은 의인 50명에서부터 10명까지 숫자를 제시하면서 하나님께 간절히 중보의 기도를 드렸다 (창 18:22-33). 우리는 이 땅의 구원에 대해 아브라함과 같은 심각성이 있는가? 우리에게 맡겨주신 몇몇 영혼을 놓고 이들 때문에 이 땅을 멸하지 말아달라고 하나님께 매달리고 있는가? 실제로 그 영혼들을 통해 이 땅의 구원의 영향력을 펼쳐가고 있는가? 우리의 도시에서 10명의 의인을 찾아 양육하는 일은 한 나라를 구원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 나라 기독교의 주류에 들어가 그 곳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선교사들이 진정으로 그 민족을 사랑하고 헌신하며 노력하는 모습 보이면서 기도하게 될 때 현지 리더십에게 인정 받을 것이다. 교회연합 활동이나 자국민 선교를 위한 모임에 참석하면서 교파를 초월하여 교회지도자들과 폭 넓게 만나고 영적 교제를 계속하면서 정책결정에 조언과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한국교회가 가진 좋은 자원들을 나눌 수 있다면 세계 복음화를 위한 협력의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우리 한국선교사들은 실력과 인격과 도덕성, 그리고 전문성을 겸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문분야에서 현지지도자들과 함께 인맥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누구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은 선교의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선교사들끼리만 모이는 것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현지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선교사가 여가를 누구와 함께 보내는가 하는 것은 그 선교사의 관심과 활동영역을 보여준다. 부담이 없는 쉼의 자리에 우리는 누구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가? 여가를 누구와 함께 보내는가? 동료 한국선교사들인가, 아니면 현지지도자들인가? 현지지도자는 나에게 단순한 사역대상인가, 아니면 편안한 친구인가?

각 나라 수도의 선교자원을 효과적으로 동력화 하기 위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개발하자. 우선 유사 문화권인 동남아시아의 수도들(자카르타, 방콕, 쿠알라룸푸르, 마닐라 등)만이라도 이 일을 시작해보자. 동남아시아의 경제권은 거의 중국계가 장악하고 있기에, 수도의 중국계들을 복음으로 공략하고 양육하여 선교에 헌신케 하는 연구가 한국선교사들 가운데 시작될 필요를 느낀다. 특히 이 일을 위하여 전략정보네트워크 전문가(Strategic Information Research Networker)라는 새로운 형태의 선교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글을 맺으며 니느웨에 대한 요나의 편견을 생각해본다. 니느웨는 150년의 역사를 가진 대도시로 막강한 군사력과 10만의 노예가 12년간 걸려 건축한 성이 있는 요충지였다. 막강한 부를 가진 그 도시의 죄악과 황폐함을 보시고 주님은 요나를 보내기 원하셨다. 그러나 요나는 그 도시를 거부했다. 오늘도 우리 주님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산업폐수만큼이나 썩어 거품이 이는 도시의 구원을 위해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거기에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그분의 백성이 있고 그 영혼들을 위해 이미 많은 선교자원을 그곳에 준비해 놓으셨다고 말씀하신다.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달라고 기도하자. 그리고 찾아 나서자. 이 시대에 대도시를 선교적 시각으로 볼 수 없다면 그 나라의 복음화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이 시대에 선교정신이 없는 선교사가 사라지고 대도시를 점령하는 일당 백의 선교사들을 보내주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