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후기

우리 모두가 통감하듯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은 고속성장에 따른 성숙의 숙제를 안고 있는데, 한국선교 역시 예외가 아닌 듯하다. 그 엄청난 외형이나 열기에 비해 변변한 선교전문 잡지나 정기간행물을 찾아보기 힘들고, 기독교출판사들이 선교서적의 발간을 꺼릴 정도로 선교관련 책자들이 읽히지 않고 있는 현실은 우리네 선교의 명암과 허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염려스러운 모습이라 하겠다.

이 책 역시 기존 출판사들의 무관심 속에 몇몇 개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출간하게 되었다. 잘 읽히지도 활용되지도 않을 게 뻔한 이런 책자를 굳이 발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네 선교의 현실을 평가하고 발전적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꼭 감당해야 할 청지기적 책무이다. 방콕 선교포럼은 그런 부담을 가진 몇몇 동역자들의 작은 몸짓이었고, 그 노력과 투자의 결과가 사장되지 않고 한국선교계에 나눠지도록 (한국교회가 관심을 기울이든 말든)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여 후손에게 유산으로 넘겨주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만드는 소모적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이런 작업은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세련되든 유치하든, 높은 수준이든 초보적이든, 전문적이든 아마추어적이든 우리 손에 있는 것들을 모으고 쌓아서 한국선교 공동체에 나누고 후손에게 넘겨주는 작업이 어디서든 시작되어야 바람직한 한국선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터이다. 아직 외형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여기저기서 같은 부담감을 가지고 유사한 일을 벌이는 동역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선교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할 이유를 발견한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많은 질문들을 던진 글들을 제대로 다듬지 못하고 투박한 원고 그대로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여기서부터 쌓아 가면 되리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탈고하기로 했다. 그릇된 부분을 바로잡고 빠진 조각을 채우는 일은 향후 한국선교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다.

방콕 선교포럼 2004 편집위원회를 대신하여, 

정민영 선교사

(편집위원: 한철호, 신갈렙, 장훈태, 황태연, 황정신, 정민영)